한국외국어대학교 통번역대학원은 입학 자체가 하나의 성취가 되기도 하는, 통번역 분야에서는 최고의 위상을 지닌 대학원입니다. 1년에 한 번 신입생을 선발하며 극강 난이도의 입학 시험을 거쳐야 하는 탓에 국내 유수의 대학교는 물론 해외의 대학에서 공부를 마친 사람들도 몇 번의 고배를 마시기도 하지요.

그간 우리 사이버한국외대에도 재학 중 열심히 준비해 졸업과 함께 한국외대 통번역대학원에 진학한 학생분들이 종종 계셨는데요. 오늘 CUFS 人SIDE에서는 동시통역사를 꿈꾸며 사이버한국외대 영어학부에 편입, 지난 여름 졸업한 후 치열한 경쟁을 뚫고 한국외대 통번역대학원에 합격해 자신의 꿈에 한걸음 더 다가간 강돈식 동문님을 만나보았습니다.

▲ 한국외대 통번역대학원 입학을 앞둔 영어학부 21학번 강돈식 동문님

Q. 안녕하세요. 간단한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영어학부 21학번 강돈식입니다. 지난 8월에 사이버한국외대를 졸업하고 한국외대 통번역대학원 한영과 입학을 앞두고 있습니다.

Q. 한국외국어대학교 통번역대학원 합격을 축하드립니다. 통번역을 업으로 삼고자 한 계기가 있으실까요? 동시통역사라는 목표를 가지시게 된 동기가 궁금해요.

네, 사실 영어나 통번역에 대한 관심으로 시작된 일은 아닙니다. 저는 건설 분야에서 일했는데, 직장 내 문화와 제 가치관이 상충되는 부분이 있어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그런 저를 보며 가족과 지인들이 더 늦기 전에 영어 능력을 활용해서 다른 길을 찾는 것이 좋겠다고 권유했죠. 많은 고민 끝에 영어로 인정을 받을 수 있는 길은 통번역대학원 진학이라는 결론을 내렸고, 통대 입시에 도전하게 됐습니다.

Q. 입시 준비 과정은 어떠셨어요? 통번역대학원 진학을 위해서 사이버한국외대 영어학부에 편입해서 학부 공부와 입시 준비를 겸하셨다고 들었어요.

많이 힘들었습니다. 일단 통번역대학원 시험을 치기 위해서 학사 자격부터 갖춰야 했어요. 저는 고등학교와 대학교 시절 3년여를 영어권 국가에서 유학했는데, 집안 형편이 어려워져서 졸업을 하지 못하고 귀국해서 경제활동을 해야했습니다. 처음 통대 진학을 마음 먹었을 때는 30대 중반, 결혼을 앞둔 시점이었는데요, 바로 사이버한국외대 2학년에 편입을 했고 1년에 48학점을 수강하는 식으로 2년 반만에 졸업했습니다. 경제적으로 여유있던 게 아니어서 장학금이 필요했기에 학점 관리에 최대한 신경을 썼었죠.

또 사이버외대에서 학부 과정을 수강하는 것과 동시에 통대 입시를 위한 훈련이 필요해서 입시 학원에도 등록했습니다. 가정이 있어 입시에만 전념을 하기엔 시간적으로 넉넉하지 않아, 학원 수업량은 다른 입시생들의 절반밖에 되지 않았지만요.

통번역대학원 입학시험은 1차 글쓰기 시험과 2차 통역 시험으로 나눠집니다. 1차 시험에서는 90분 내에 4개의 글을 써야 하는데, 시간 압박이 심합니다. 2차 통역 시험은 1분이 넘는 영어, 한국어 텍스트를 듣고 각각 한국어, 영어로 요약해서 말하는 시험이고 많이 어려웠어요. 전 유학 경험이 있긴 하지만 냉정히 말해서 생활 회화와 단순 이메일 영작이 가능한 수준이었고, 심지어 한국어 문해력은 부족한 상황이었습니다. 이 모든 것을 동시에 개선해야 하는데 혼자서는 불가능했죠. 스터디 파트너와 온라인으로 주2회씩 꾸준히 만났고, 남은 시간엔 최대한 자습을 하며 주위 사람들로부터 피드백을 받고 복기하는 과정을 거쳤습니다. 제 상황이 녹록지 않아서 애초에 합격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했었는데 좋은 결과가 나와서 놀랐습니다. 지금은 기쁘기도 하고 감사할 따름입니다.

Q. 사이버한국외대 영어학부에서 공부하신 것이 대학원 합격에 어떤 도움이 되었나요?

유학을 중단하고 귀국한 지 15년이 지났고 영어 활용과는 관계가 없는 국내 건설업에 오랜 시간 종사하면서 제 영어 실력이 많이 퇴화해서 통대 입시 강의를 소화하기에는 무리였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사이버한국외대 수업을 들으면서 기초를 다질 수 있었습니다. 사이버외대에는 외대 통번역대학원 출신의 교수님들을 비롯해 훌륭한 교수님들이 많이 계시죠. 원어민 교수님들과 한국인 교수님들이 협업한 강의들이 많았는데 정말 알찬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사이버한국외대의 특장점이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무엇보다 다양한 통번역 수업들이 있어 통번역대학원 합격에 큰 역할을 했습니다. 특히 영한번역을 할 때 제 한국어가 어색해서 고민이 많았는데요, 사이버외대 수업을 통해서 영어와 한국어의 표현 방식의 차이를 자세하게 배울 수 있었습니다. 그 결과 제 약점이었던 영한통역의 완성도를 극적으로 개선할 수 있었습니다. 또 온라인 게시판도 아주 유용했습니다. 수업을 들으면서 문법, 관사, 표현 등 질문이 많았는데 게시판에 글을 남기면 교수님들께서 친절하고 자세하게 답변을 주셨었죠. 교수진과 강의 콘텐츠, 학습 피드백 이 모든 것들이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Q. 사외대 동기나 후배들 중에도 동문님처럼 통번역대학원 진학을 꿈꾸는 분들이 많으실 텐데요. 가장 효과적이었다고 생각하는 학습 전략이 있다면 공유해주실 수 있으실까요? 통번역대학원 입시 준비에 대한 조언도 부탁 드립니다.

먼저 저는 현직 통번역사가 아닌, 통대 입시를 갓 통과한 사람이라는 점을 감안해주셔야 할 것 같습니다. 입시 준비에서 일단 기본에 충실하려고 노력했습니다. 양질의 아카데믹 텍스트를 영어와 한국어로 모두 많이 듣고 읽으려고 했고, 복습, 단어 정리, 암기와 같은 자습도 많이 했습니다. 주제에 따라 직역이 가능한 텍스트가 있고 문맥상 의역을 해야하는 텍스트가 있는데 이에 대한 감을 익히기 위해서 최대한 많은 지문을 접해보고, 직접 말해보고 써보려고도 했습니다. 통역 연습을 위해 시역을 많이 했고요. 영한의 경우 내가 하는 한국어가 맞는지 알아야 해서 타이핑을 하며 아웃풋을 체크했고, 한영의 경우에도 동일하게 했는데, ChatGPT에 돌려서 문법만 체크하는 식으로 옳은 영어인지 확인했습니다.

그리고 엑셀로 단어와 표현을 정리했습니다. 통번역은 같은 말이더라도 다양한 버전으로 표현할 수 있어야 하는데요. 예를 들면 같은 의미의 문장이어도 주어를 there로 하거나, we, you 와 같은 일반주어로 표현하거나, 수동태로 표현하는 등 여러 가지 경우의 수가 있죠. 엑셀로 정리할 땐 크게 ‘경향, 트렌드, 여론, 인식, 통계, 연구 등 분야에 관계없이 사용할 수 있는 표현’과, ‘특정 분야’별로 나눠서 정리를 했습니다. 분야가 광범위해서 분류가 많아지고, 어떠한 문맥에서 쓰는 것인지 알아야 해서 예문도 한국어와 영어까지 다 정리하고 복습했습니다. 그래서 시간이 많이 걸리기도 했고 ‘이렇게까지 해야하나’하는 생각도 했지만, 지금 돌이켜보니 실력 향상에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통번역대학원 입시는 도전하기에 부담이 될 수도 있고 자신이 할 수 있을지 의문을 가지실 수도 있습니다. 그에 대한 답은 일단 부딪혀봐야 알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쉬운 시험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못 넘을 벽도 아니라고 생각해요!

Q. 대학원 생활에서 특별히 기대하시는 부분이 있나요? 학업과 네트워킹, 개인적 성장 측면, 어떤 것이든지요.

지금까지 학력으로 인해서 직장이나 대인관계 등 여러 면에서 기회가 제한되는 것을 느꼈습니다. 형성할 수 있는 인간관계에 한계가 있었고 사회생활에서도 타인과 공통분모를 찾는 게 쉽지 않았죠. 대학원 합격을 통해 앞으로 역량이 뛰어난 동기들과 공부하면서 학업 측면에서 긍정적인 자극이 될 것이고, 저 개인적으로도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합니다. 또 대학원에서 어느 정도의 네트워크를 형성할 수 있겠다는 기대감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