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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프란시스코의 금문교
2008년 01월 01일 (화) 박복진 편집장 faab52@hanmail.net


미국 남부의 텍사스 주 휴스톤의 조그만 소읍 헌츠빌에서 목적했던 일을 다 마치고 아내와 나는 그곳에 가면 당연히 가야 할 곳으로 휴스톤 우주센터 관광을 마치자마자 다시 로스 엔젤리스로 날아와 그랜드 캐년으로 가는 관광 리무진에 몸을 싣고 4박 5일의 여유를 즐겼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귀국 비행기를 타기위해 샌프란시스코 시에 도착한 것은 이미 집을 떠난 후 10일째 되던 12월 중순, 이제 긴 여정의 마지막 도시인 샌프란시스코입니다. 아내는 오늘 하루, 세계 7대 미항의 하나인 아름다운 항구도시 이곳 샌프란시스코의 매력에 흠뻑 빠져 가이드의 설명 하나, 하나에 쫑긋 귀를 세우고 경청하였습니다. 낮 관광으로 채울 수 없었던 이 도시에 대한 궁금증을 야경으로라도 더 채워보려고 이미 파김치가 다 된 몸을 끌고 오늘 저녁 시간이 허락해서 갈 수 있는 마지막 명소인 스탠포드 대학교까지 다 둘러보고 숙소인 힐튼 샌프란시스코에 짐을 푼 시각은 시침, 분침 모두 밤 12 시에 바짝 다가선, 자정을 볼과 몇 분 앞둔 시각이었습니다. 우리 두 내외는 누구랄 것도 없이 그대로 침대 위로 곯아 떨어져 내일의 귀국 비행기 수속을 대비해야했지요.

그러나 이곳 샌프란시스코에 오면 내가 꼭 하고 싶은 게 아직 하나 끝나지 않은 게 있었습니다. 달리기를 워낙 좋아하는 나는 이 곳 샌프란시스코에 오면 절대로 빼먹어서는 안 될 달리기 코스로 샌프란시스코의 명물, 금문교 ( Golden Gate Bridge )를 내 두 다리로 달려서 뛰어 건너보고 싶었던 오랜 바램이었지요. 육체와 정신, 이 둘 중 어느 것이 더 강할까요. 누적된 피로로 손가락 하나 꼼지락거리기도 어려운 그 순간에도 나는 호텔 방안의 전화기를 들어 내일 아침 새벽 3시에 기상 할 수 있도록 기상 벨 시각을 입력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정확히 세 시에 이 기상벨 소리를 듣고 내 두 눈의 꺼풀을 위로 올려 강제 기상을 단행 했습니다. 살금살금 방을 나와 호텔 로비 접수대로 갔습니다. 그리고 당직을 서고 있는 직원에게 공손하게 말했습니다. “나는 이 호텔 3동 객실 1001호에 묵고 있는 손님입니다. 나는 이곳 샌프란시스코의 명물인 금문교에 가서 그 다리를 뛰어서 건너고 싶습니다. 그곳까지의 거리가 얼마인지, 어떻게 찾아가야하는지 알고 싶습니다. 그리고 그곳에 가는 도중 혹은 오다가 길을 잃을 경우를 대비해 귀 힐튼 호텔 명함 한 장 소지하고 싶습니다.” 특급 호텔인 힐튼 호텔의 품위 있는 투숙객답게 발음을 또박또박, 그리고 될 수 있는 한 천박한 손짓은 삼가고 고개를 똑바로 곧추세워 입술만 움직여 내 말하고자 하는 바를 전달하였습니다.

택시를 타고 20 여 분 달려서 내가 그렇게도 뛰어서 건너고 싶었던 금문교 입구에 도착했습니다. 아, 내가 드디어 금문교까지 왔구나. 그토록 유명한 Golden Gate Bridge를 오늘에야 뛰어서 건널 수 있게 되었구나! 나는 야릇한 흥분으로 몸이 덥혀지기 시작했습니다. 과연 우리나라 대한민국에서 이 다리를 나처럼 뛰어서 건넌 사람이 있었을까?

어? 어?
다리를 건너는 왕복 4 차선 차로에는 어둠을 뚫고 어디론가 달려가는 드문드문 차량의 질주가 이어지고 있었는데 내가 달려가야 할 인도는 굵은 철망 문으로 굳게 닫혀있었습니다. 이럴 수가? 그 철망 문 앞에 붉은 글씨의 경고문이 보였습니다.󰡐이 인도 통행로는 안전을 위해 일몰에서 일출까지는 폐쇄합니다. 이 경고를 무시하고 다리를 건너는 사람은 벌금으로 미화.....이 말은 즉, 내가 간단히 풀이하자면 나는 이 다리를 뛰어서 건너지 못하고 그냥 귀국해야 한다는 말이 되었습니다. 아이고! 세상에 이럴 수가.

그러나 포기를 하면 안되는 게 내 철학입니다. 아니 포기하고서 그냥 뒤로 돌아가기에는 내 목적이 너무나 또렷합니다. 깜깜한 다리 입구에서 서성대던 나에게 이 다리를 관리하는 길 건너 쪽 관리소 불빛이 들어왔습니다. 나는 목숨을 걸고 질주하는 차량들 사이를 가로질러 그곳으로 뛰어갔습니다. 그리고 지초지종을 이야기했습니다. 지구 반대편을 날아온 이 동양인의 소망이 무엇인지를 말했습니다. 쓰러지기 일보 직전의 왕 피로에도 불구하고 단 2 시간 몇 분만의 수면만을 취한 체 지금 이곳으로 달려와야만 했던 내 사정을 이야기했습니다. 저 철문을 열어주세요. 나는 당신네들이 염려하는 자살자가 아닙니다. 이토록 아름다운 이 다리를 그냥 뛰어서 건너보고 싶은 사람입니다. 그럴 목적으로 저는 지금 이 자리에 와 있습니다. 그리고 앞으로 불과 몇 시간 후 나는 귀국 행 비행기를 타러 공항으로 떠나야 됩니다.

이렇게 사정해서 나는 무척 뚱뚱한 흑인 여성분과 백인 한 분 금문교 다리 관리 당직 직원들을 설득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곧이어 육중한 철문이 열리고 나는 그 다리를 뛰기 시작했습니다. 샌프란시스코만이 멀리 도심의 불빛으로 아름답게 반짝입니다. 저 멀리 알카트라즈 섬 등대 불빛이 간격을 두고 나를 향해 손짓을 해 줍니다. 멀리 동양에서 태평양을 건너온 이 왕고집을 축하해줍니다. 그래, 목표가 있으면 세우고 세웠으면 돌파해야지. 이렇게 아름다운 다리를 건설한 분도 그런 고집이 있었다고 하지 않는가? 두 기둥을 세우고 그 위에 줄을 매달아 건설하는 현가식 다리 공법, 아무도 그 실현을 믿어준 사람이 없을 때, 더불어 그 누구도 천문학적인 건설비를 장담하지 않을 때 당신 두 발로 모 은행장을 찾아가 설득하고 설득해서 자금을 조달해 이 다리를 준공시키지 않았는가. 캄캄한 어둠을 뚫고 달려가는 나에게 다리는 속삭입니다. 그래, 당신도 잘했군요. 축하합니다. 아주 오래 전부터 하고 싶었던 일, 이 다리를 뛰어서 건너보고자 했던 꿈이 이루어지게 됨을 축하드립니다. 이 다리는 님과 같이 포기를 모르는, 휘이지 않는 투지를 가진 사람들의 다리입니다. 마음껏 달려보세요. 이 밤이 새기 전에 원없이 달려보세요. 축하합니다.

다리를 왕복하는데 걸린 시간은 30분이 넘지 않았다. 그러나 하고자하는 바를 이룬 내 가슴은 30분간의 흥분으로도 충분했다. 샌프란시스코의 금문교 사진을 볼 때 마다 저 다리를 한 번 뛰어보아야겠다는 오랜 꿈이 이루어진 그 밤, 샌프란시스코는 내 것이었다. 다리를 다시 건너와 관리소 그 직원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나서, 다시 호텔을 향해 뛰다가 나는 공항으로 가야 할 시간이 촉박함을 알았다. 그래서 지나가는 경찰차를 세워 도움을 청했다. 아주 당당한 태도를 보이며, 승리자의 특권인 양 요구했다. 거절할 수 없는 선의의 거짓말을 보태 그 여성 경찰의 감성을 자극했다.󰡒경관 나리, 나를 힐튼 호텔까지 태워다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나는 지금 시간이 촉박합니다. 당신네 금문교를 뛰다보니 그 아름다움에 취해 너무 많은 시간을 보냈습니다. 내가 늦은 이유는 당신네 금문교의 아름다움 때문이었습니다. 그렇기에 당신은 나를 내 호텔까지 태워다주실 기분 좋은 의무가 있습니다. 청컨대 나를 빨리 태워주시어 내 비행기를 놓치지 않게 해주십시오. 그래서 내가 내 나라에 돌아가 내 친구들에게 금문교의 아름다움을, 아름다운 추억을 이야기하게 해 주십시오.󰡓그러자 S라인 몸매를 가진 금발의 여 경관은 웃으며 나에게 말했다. 뒤에 타시오, Hop on the Ba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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