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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은희 기자의 크라이스트처치로의 연수기 1
2008년 01월 01일 (화) 서은희 기자 silvereh@hanmail.net


어린 시절. 아마도 대 여섯 살 쯤 되었지 싶다. 제목도 정확히 기억이 안 나지만 TV에서 방영하던 외화시리즈를 보며 막연히 외국에 가서 살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다. 그때는 굉장한 이유에서가 아니었지 싶다. 넓디넓은 잔디에서 푸른 눈의 아이들이 뛰놀고, 역시 푸른 눈에 금발머리를 가진 젊은 엄마는 오븐에서 갓 구워낸 초콜릿 쿠키를 예쁜 접시에 담고 있었다는 정도만 기억이 난다.

단지 외국에서의 삶을 상상으로만 하며 10대가 되었고 중학교시절 미국으로 이민을 간 고모가 어학연수를 제안했었다. 그 때는 어린 날의 동화는 온데간데없고 가족과 떨어지는 막연한 두려움과 친구들을 잃는다는 공포감에 일언지하에 거절했었다.

20대의 절반을 대학에서 보냈고 직장을 다니며 영어의 필요성을 절감하게 되어 사이버 외국어 대학교에 편입했다. 그러면서 다시금 내 어린 날의 동화를 꿈으로 현실화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어학연수라 하기엔 조금 늦은 20대의 후반이기에 세상경험이라는 타이틀로 바꾸어 학생들이 가장 선호하는 호주와 캐나다를 알아보았다. 많은 친구들이 어학연수를 다녀왔고 또 현재 생활하고 있는 곳이 호주나 캐나다이다. 나 또한 그 무리에 섞여 알아보다 왠지 모르게 남들과 다르고 싶다는 이유로, 사람들에게 흔치않게 선택되는 나라로, 도시로 가고 싶은 맘에 ‘뉴질랜드’라는 나라로, ‘크라이스트처치’라는 크지 않은 도시를 선택하게 되었다. 아무리 세상경험이 중요하다고 해도 사이버외대가 가장 중요한 목적이기에 공부 방법 터득을 위한 한 학기를 나 자신에게 주었고 3학년 1학기를 마친 후에 본격적인 준비에 들어갔다. 사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리 많은 것을 한 것도 아닌데 하루하루 참 바쁘게 지냈다. 물론 1년밖에 안 되는 세상구경이지만 친구들 및 지인들을 만나러 다니는 것도 잊지 않았다. 나 자신이 이렇게 인기인이었나? 싶을 정도로 바빴으니 말이다.

이산가족을 방불케 하는 가족, 친구들을 뒤로 하고 영화에서의 푸른 눈의 금발머리를 가진 외국인 친구를 사귈 부푼 꿈을 안고 비행기에 오른 날. 경유지였던 시드니공항에서 1시간을 보내며 훗날 한국 들어가기 전에 호주도 꼭 여행하리라 다짐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10시간이 넘는 긴 비행의 피곤함도 잊은 채 크라이스트처치 공항에 내리는 순간. 가장 큰 문제에 봉착했다. 짐을 찾고 나가기만 하면 되는데 거의 1시간을 수화물 칸 앞에서 짐을 기다리게 된 것이다. 빨리 비행기에서 내리고픈 어린애 같은 맘에 1등으로 비행기에서 내린 탓에 더 오래 기다린 듯하다. 수화물 칸 앞에서 한참을 있노라니 공항 직원이 와서 말을 건다. 고등학교 이후로 놓은 영어공부이지만 그래도 본 대학에서 한 학기를 공부했는데 도통 들리지가 않는다. (나중에 왜 그렇게 안 들렸나 했더니 보통 미국영어만 공부한 내게 영국영어를 따르는 뉴질랜드 발음이 알아듣기 힘들었던 것이었다.)

본론으로 돌아가 공항직원의 말 속에 luggage란 말을 들은 것 같아 추측으로 짐 잃어버린 것 같다고 하는 것 같다. 그래서 “Yes, I can't find my luggage."라고 나름 또박또박 말했더니 "Sorry?"란다. 겨우겨우 사무실에 가서 내 짐 안에 들어있는 물건들을 적노라니 어찌나 슬프던지 새로 산 옷부터 본 대학 2학기책, 친구들이 준 선물, 외국인 친구를 만나면 주려고 인사동까지 가서 산 선물까지 다 생각났다. 다른 나라를 여행했을 때 한 번도 짐을 잃어버린 적이 없으니 얼마나 좌절했는지 모른다. 나중에 들으니 내 짐은 경유지였던 시드니에서 실수로 싣지 않았다 한다. 보통 그런 경우 99.9% 찾는다는 걸 나중에서야 들었다. 우여곡절 끝에 밖으로 나오고 보니 여권과 돈, 선글라스가 들어있는 작은 가방 하나와 노트북만이 내 손에 있었다. 그 당시는 잘 몰랐지만 미리 알았으면 그다지 놀랠 일도 아니었다. 나의 짐은 다음날 바로 친구 집으로 안전하게 배달 왔다.가장 먼저 핸드폰을 구입하고 은행을 열고 했더니 시티 구경부터 하겠다는 마음은 온데 간데없고 짐을 잃어버린 스트레스 등으로 피곤이 몰려왔다. 그로부터 3일을 쭉 잠만 잤던 것 같다.

나의 경우에는 친구가 미리 있었기에 친구와 일주일을 함께 지내며 방을 알아보았다. 하지만, 내가 다시 어느 지역에 간다면 꼭 Backpacker를 갈 것이다. 그곳은 외국에서 온 여행자들 숙소인데 세계 각지에서
온 친구들을 만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다. 일주일 이상 된다면 좀 길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일주일 정도라면 꼭 추천하고픈 장소이다. 살림살이를 구비하는 것도 일이지만 가장 급선무는 당연히 집이다. 하지만, 다른 연수생들과는 달리 집을 알아보는 것이 참 힘들었다. 다른 나라에서 학업을 이어가는 학우라면 누구나 공감할 문제. 바로 인터넷이다. 한국처럼 빠른 것은 기대도 안하고 그냥 되기만 해도 감사할 노릇이니 여기서 수업을 듣자면 참을 인자 세 개가 아니라 삼십 개도 모자랄 때가 한 두 번이 아니다. 수업을 그렇다 치고 시험을 보기 전에는 언제나 끊기지 않기를 하느님, 부처님을 포함한 모든 신들께 빌고 있는 나를 보면 참 안타깝기도 하다. 이제는 안 끊기고 제법 잘되는 시간대도 파악이 되었고 4시간의 시차로 인해 새벽 3시부터 치러야 하는 시험도 적응이 되었다. (물론, 시험 후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는 습관으로 시험 후 당분간은 올빼미 생활을 해야 하는 것은 감수해야 한다.) 인터넷이 끊겨 유달리 듣기 힘든 과목이 있다. 그런 과목은 다운 받은 뒤 플레이어로 듣는 노하우도 생겼다. 다른 나라의 경우는 정확히 모르겠다. 뉴질랜드에 오기 전 나 자신에게 준 두 달의 휴가로 필리핀에도 있었는데 그곳은 이곳보다는 빨랐던 것 같다. 역시 인터넷은 한국이 최고다.

(2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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