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 : 2023.3.15 수 13:37
> 뉴스 > Break Time
     
영화 "어거스트 러쉬" 사랑은 음악을 낳고...
2008년 02월 01일 (금) 현기욱 minerva@cufs.ac.kr


음악은 사랑을 낳고, 사랑은 운명을 부르는 영화 - 어거스트 러쉬...극장을 나서면서 난 한동안 깊은 생각에 빠졌다. 나도 모르게 '델마 톰슨'이 생각났기 때문이었다. 그녀의 작가 정신과 삶과 예술에 대한 진지한 자세가 이 영화와 상당히 많은 부분에서 맥을 같이 하고 있었기에. '빛나는 성벽'이란 책으로 일약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었던 델마 톰슨.

2차 대전 중, 그녀는 남편을 따라 켈리포니아주 모하비 사막에 있는 육군 훈련소로 가게 되었다. 남편이 훈련에 나가면 그녀는 조그만 통나무집에 달랑 혼자 남게 되었다.

그곳은 섭씨 45도를 오르내리는 지독한 무더위에, 바람에 날린 모래가 음식과 세탁물, 집안 구석구석에 섞이고 쌓이기 일쑤였다. 주변 이웃들이라고는 대부분 멕시칸과 인디언들뿐, 영어가 잘 통하지도 않았다. 그런 척박한 환경 속에서 델마의 마음은 상심과 절망, 그 자체였다. 그녀는 참다 참다 못해 친정아버지께 자신의 답답한 심정을 호소하는 장문의 편지를 썼다. 그 내용은 '도저히 이런 환경 속에선 더 이상 살 수 없다, 차라리 형무소가 낫겠다, 어찌 했으면 좋겠는가? 하고 묻는 것이었다.

며칠 후 아버지로 부터 답장이 왔다.
내용은 달랑 2줄, 극히 짧았다. “감옥 창문 살 사이로 내다보는 두 사람. 하나는 진흙탕을 보고 있고, 다른 하나는 별을 본다.”, “아! 아버지!” 이 짧은 2줄의 편지는 델마 톰슨에게 엄청난 충격과 깨달음을 주었다. 그리고 그녀의 인생이 극적으로 반전되기 시작했다. 희망의 눈으로, 감사의 눈으로 세상을 보기 시작했다. 아무 것도 존재할 것 같지 않던 사막도 다양한 생명이 있음을 보았다. 경이였다. 쏟아질 듯 투명하고 총총한 사막 밤하늘의 별들도 도시의 그것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아름답고 찬란한 것이었다.

한 떨기 바람, 일렁이며 다양하게 형상 짓는 모래톱들, 생명력 강한 식물들과 꽃들의 진한 향기, 순박하고 영혼이 깨끗한 이웃들의 친절과 환한 미소들.....낯선 그들과 둘도 없는 친구가 되었음은 물론, 대자연을 깊이 연구하고, 관찰한 끝에 '빛나는 성벽'이란 뛰어난 역작을 출간했다. 코페르니쿠스적인 대 전환이요, 극적인 반전이었다. 마음을 바꾸고, 생각을 바꾸자 그녀의 영혼에 값진 영감들과 생의 찬미가 가득 차고 넘쳤다.

고아원에 버려진 불우한 어거스트. 그러나 어린 그는 세상을 긍정했다. 다양한 호기심과 아름다움을 향한 아음의 촉수가 한시도 게으름을 피우지 않았다. 끊임없이 사랑을 전달하려 시냅스를 관통하는 뉴런같이.... 아버지 루이스와 어머니 라일라의 피를 이어 받았던 어거스트에게는 너무나도 귀한 유산이 있었다. 그건 음악과 사랑과 순수한 영혼이었다.

뉴욕의 잘 나가던 록 밴드, 그 밴드의 보컬이자 기타리스트였던 매력 만점의 젊은 청년 '루이스,' 줄리아드 음대 출신의 참신하고 생기 넘치는 아름다운 숙녀 '라일라,' 어느 날 밤 파티에서 이들은 운명적으로 만났고, 하룻밤 사랑으로 이 젊은 남녀의 삶은 완전히 달라졌다. 라일라 아버지의 반대와 제지로 둘의 사랑은 지속될 수 없었지만.

그리고 훗날 알게 된 임신과 출산. 그녀가 정신을 잃고 있는 사이, 신생아는 고아원으로 보내졌고, 어거스트는 그렇게 홀로 고아원에서 자랐다. 그래도 피는 속일 수 없었다. 루이스와 라일라의 피는, 어린 어거스트가 천부적인 음악적 재능을 겸비할 수 있도록 이끌어준 준비된 토양이요, 완벽한 숙주였다. 어려서부터 어거스트는 대 자연 속에서 그 특유의 선율과 영감을 가슴속에 담곤 했다. 일생 동안 꽃피고 향기로울 소중한 배양이었다.

전깃줄에 흐르는 보이지 않는 전류도 그는 영혼으로 감지했고, 광활한 대지나 드넓은 밀밭에 이는 미풍과 너울거림도 한 편의 감동어린 서정시로 그대로 각인됐다. 뛰어난 예술적 기질의 배태요, 어여쁜 성장이었다. 작은 잎새에 맺힌 아침 이슬 한 방울에도 영혼이 깃듦을 보았다. 복잡한 도시의 온갖 소음들조차도 그
의 영혼의 눈과 귀엔 버릴 것 하나 없는 천상의 선율이요, 조화로운 하모니였다. 처음으로 접해 본 악보와 기타의 연주부터 파이프 오르간 연주, 줄리아드 음대 입학, 급기야 오케스트라의 지휘까지도 능수능란하게 해 낼 수 있었던 놀라운 음악적 재능의 발현. 그건 범상을 초월한 비범의 세계였다. 부여받은 유전적 소질도 있었지만, 순수와 감동을 향한 한결같은 노력과 자세가 절묘하게 결합된 결과였다. 비록 어린 아이였을지라도 '델마톰슨'의 인생과 자연에의 진중한 궁구가 느껴졌다.
그래서 나에겐 더 큰 감흥으로 가슴을 때렸는지 모른다.

음악으로 세 사람은 해후했다. 11년 만이다. 서로를 너무나도 사랑하며 그리워했던 세 사람. 그들의 가슴에 흐르는 유일한 패스워드는 음악이었고, 그 음악의 심연은 지순한 사랑과 투명한 영혼이었다.

"순수한 가슴으로 살아야 한다."
물질과 출세에의 집착을 될 수 있는 한 멀리하고. 그리고 비우고 또 비워야 한다. 그래야만 그 비워낸 공간만큼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가 비로소 들어와 쌓이고, 그것들이 우리네 가슴속에서 살아 숨 쉴 수 있지 않을까?

어거스트를 통해 진정으로 말 하고 싶었던 할리우드 최고의 여성 감독 - 커스틴 쉐리던 - 의 진정한 메시지는 이것일 거라 생각했다. 복잡다기한 인생의 숱한 문제와 화두들. 그 궁극적인 해답은 저마다 다르겠으나 향기로운 인생을 추구하는 우리 모두의 교집합 속에 들어있는 최대 공약수. 그건 '속도가 아니라 방향' 이라 했으니...

맑은 하늘을 더 자주 보면서 살아야지.
유난히도 눈빛이 맑고 깊던 어거스트야.... 사랑한다.

현기욱
아마추어 영화평론가
서비스 코리아 대표
 

현기욱의 다른기사 보기  
ⓒ 미네르바(http://minerva.cufs.ac.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개인정보취급방침이메일무단수집거부청소년보호정책
서울특별시 동대문구 이문로 107 사이버한국외국어대학교(02450) | Tel) 02-2173-2580 Fax) 02-966-6183 | 청소년 보호 책임자 : 조기석
Copyright 2004 Cyber Hankuk University Of Foreign Studies. All rights reserved. mail to minerva@cufs.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