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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은희 기자의 크라이스트처치로의 연수기 2
2008년 02월 01일 (금) 서은희 기자 silvereh@hanmail.net


뉴질랜드에 처음 도착했을 때 비행기에서 내려 공항 안에서 창밖으로 보았던 하늘이 얼마나 아름다웠는지 잊을 수 없다. 그림 같은 뭉게구름을 보며 이곳을 선택하길 잘했다고 수없이 되뇌었던 듯하다. 그리고 나서 공항 밖으로 나왔을 때 처음 들었던 생각은 ‘태풍’이 아닐까 의심케 하는 강한 바람이었다. 안에서 보았던 평화와는 너무도 다른 느낌의 날씨. 그때가 이곳 계절로는 봄의 시작이었다. 뉴질랜드의 계절은 한국과는 반대다. 한국이 여름이면 이곳은 겨울, 한국에서 여름이 끝나고 가을이 시작될 때에 왔으니 이곳은 겨울이 가고 봄이 시작되는 시기였다. 여름의 길목으로 가는 봄을 상상하면 따사로운 햇볕과 푸르른 나무를 상상할 수 있으나 이곳의 봄은 아침 저녁으로는 강풍에 옷을 여며야 하고 낮엔 강렬한 자외선으로 선크림과 선글라스는 필수다. 지금은 여름이다. 하지만 강풍과 자외선은 여전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름답고 평화로운 자연환경은 보는 이로 하여금 자신도 모르게 카메라의 셔터를 누르게끔 한다. 사진으로 다 담아낼 수 없을 만큼의 풍경을 보고 있노라면 크게 뜨고 머릿속에, 그리고 가슴속에 이 아름다움을 담아보는 연습을 하게 된다.

이곳은 계획도시답게 모든 길이 사각형으로 만들어져 길 찾기가 참 쉽다. 지도 하나 들고 하는 외국으로의 여행이 참 흥미롭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는데 이곳에도 마찬가지다. 외국인을 포함한 키위(뉴질랜드 사람들을 키위라 부른다. 그래서 이곳에는 세 종류의 키위가 있다. 뉴질랜드 사람 키위, 먹는 키위, 키위 새)도 지도를 들고 다니며 길을 찾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 네비게이션에 익 숙해져 있어서 처음에는 지도 읽기가 어렵기만 했는데 이젠 외국인 친구의 저녁 초대에도 주소와 지도 하나면 혼자 찾아갈 수 있게 되었다.

어학연수생의 교통수단은 보통 버스이다. 시내 한가운데에 Bus Exchange가 있는데 어떤 버스를 타도 그곳으로 돌아간다. 길을 잃을 경우가 거의 없긴 하지만 길을 잃었을 때는 아무 버스나 타면 된다. 처음에는 이곳 영어가 정말 들리지가 않아서 아는 길인데도 외국인만 보면 길 좀 알려달라고 붙들고 묻기도 했다. 요즘도 가끔 심심하면 시간을 묻기도 한다. 천성 때문인지 뛰어다니거나 바쁘게 움직이는 키위를 보기는 쉽지 않다. 때문에 길이나 시간을 물어도 그 자리에서 서서 친절히 알려주곤 한다. 버스 내에서도 그렇다. 버스지도를 들고 보고 있으면 어디 가냐고 묻는 사람도 있고 운전기사에게 물어보면 버스를 잠시 멈추고 주소를 봐주기도 한다. 급정차를 하는 경우도 거의 없고 사람이 지나가면 멈추는 게 당연한 것이니 가끔 이런 것을 보면 한국에서의 나의 운전습관에 괜스레 부끄러워지기도 한다.

중고차를 사서 1년 정도 타고 되팔고 가는 연수생들도 많이 있다. 큰 차나 좋은 차에 딱히 관심이 없는 이곳 사람들이기에 중고차 거래는 흔하다. 차가 있을 경우에는 여행을 가기도 쉽고 어디를 가든 빠르고 쉽게 이동하기가 쉬운 편리한 점이 있다. 하지만, 한국과는 운전대가 반대이므로 조심해야 한다. 물론 길을 건너는 보행자도 한국에서는 왼쪽을 먼저 보았지만 이곳은 오른쪽을 먼저 봐야한다. 여행 시에만 차를 렌트할 수도 있으니 연수를 목적으로 여행을 겸한다면 국제운전면허증으로 바꿔 오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나의 경우에는 국제운전면허증을 가지고 왔지만 아직 운전을 해 본적은 없다. 아마도 장기여행을 갈 때쯤 한번쯤 시도해 볼 듯싶다.

 
시내에 있는 미술관을 갔던 때도 참 재미있는 경험이었다. 처음 와서 친구도 많지 않고 잘 모르는 일이 태산 같은데 함께 플랫을 하는 일본친구가 시내에 미술관을 가자고 했을 때 사실 크게 관심은 없었지만 그냥 친구를 사귄다는 마음으로 따라갔었다. 그런데 막상 가보니 우리나라와는 달리 전시되어 있는 것들도 볼 수 있었고 딱히 전시품이라고 하기엔 부족한 듯 보이는 것도 자랑스레 전시해 놓고 작품에 대해 열심히 설명해주는 아티스트를 보면 정말 그 작품에 대단한 작품성이 깃든 것처럼 보인다. 처음 가봤을 때의 흥미로움을 잊지 못해 최근에 다시 한 번 가봤는데 몇몇 작품이 교체되어 있었고 이 또한 열심히 설명해 주는 아티스트의 모습에 프로의 모습을 느낄 수 있었다. 외국에 나가면 미술관에 꼭 가봐야 한다고 쓰여 있던 ‘어학연수기’가 생각이 났다. 잊지 못할 좋은 경험이었다.

 
외국에 나가기로 결정을 내렸을 때 지인들이 가장 걱정스레 하던 말이 “밥해먹을 수 있겠어?”였다. 밥은 물론 반찬, 설거지 등은 관심도 없던 나였기에 더욱 그러했다. 지인들이 염려는 걱정도 말라는 듯이 잘하고 싶었으나 처음 와서 한국 밥통이 아니어서 그런지 쌀밥은 익고 잡곡은 안 익고 비싼 김치를 볶아 먹어 보겠다고 절반은 다 태워보고 나니 이젠 제법 음식도 잘하게 되었다. 가끔 불고기나 떡볶이, 비빔밥을 만들어 외국인 친구를 초대할 정도가 되었다고 한국의 친구들에게 말하면 믿지 않을 정도라니.

지금 이곳의 생활에 너무도 만족스럽다. 아침에 일어나면 매일매일 새로운 하루가 시작되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지 모른다. 아침부터 밤까지 쉴 세 없이 지저귀는 새소리와 거리의 금발머리 외국인을 보는 것이 지겨울 때쯤엔 한국에 돌아가게 될까? 외국에 있으면 한국에서 유달리 사건사고가 많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는데 정말 그렇다. 일주일이 멀다하고 사건사고가 일어나는 것을 인터넷 신문으로 검색하다 보면 정말 한국에 있는 지인들이 걱정되고 폭풍같이 갑작스레 퍼붓는 빗소리를 듣게 되는 밤에는 유달리 우울해지기도 한다.








하지만, 내가 선택한 길이고 어릴 때부터 내가 선택한 길에는 후회를 하지 않으리라 생각했었다. 적지도 그리 많지도 않은 나이지만 한국에 있을 때는 참 어렸던 것 같다. 혼자서 할 수 있는 것이 그다지 많지 않았는데 이곳에서는 무엇이든지 혼자 해야 하기에 조금씩 성장하고 있는 것 같다. 처음엔 공원 풀밭에서 혼자 식사를 하는 외국인을 보면 참 처량하다고 생각했었는데 지금에 와서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니 이것이 바로 혼자 서는 길이라는 생각이 든다. 요즘은 나 자신이 벤치에 앉아 커피를 마시며 여유를 즐기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이것이 바로 독립된 인격체로 성장하는 길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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