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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다시 한 번 깨우쳐 준 “이집트 여행”
2008년 03월 01일 (토) 박한나 기자 aa@cufs.ac.kr



“인생 한방”

몇 년 전부터 젊은이들 사이에서 언급되던 표현이다.
어쩌다가 이런 단어가 나오게 되었는지 몰라도, 가끔 우리도 심심치 않게 언급하곤 한다. “인생은 한방이야~!” 나 또한 항상 인생은 한방이라 생각하며 살아가는 젊은이 중의 하나이다. 언젠가 한 끗발에 모든 걸 해결할 수 있다는 믿음에서이다.

이 “인생 한방”이란 단어를 또 다르게 해석할 수도 있다는 사실. 아십니까?
나는 이번에 확실히 다른 해석을 하고 한국으로 돌아오게 되었다. 그 돌아온 후 한 달 내내 밥도 못 먹고 잠도 못 자다가 드디어 펜을 들게 되었다.

이집트 여행. 정말 인생을 한방으로 몰고 갔던 무서운 여행이었다.

나의 정신 상태는 혼수상태라 불릴 정도로, 정말 한방만 쫓아다니는 허무한 상태이다. 얼마 전 백수의 미학을 예찬하며 돌아다녔을 정도로, 아직도 백수생활 청산하지 못한 채 이리저리 떠돌기만 하고 있다. 다른 생각 하다가 육교에서 엎어져 병원 신세를 지기도 하고, 뇌 검사도 받아보고 별짓 다 해봤지만, 어떻게 해도 헤어 나오질 못했다. 그러던 중 기분전환을 하면 뭔가 새롭게 시작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희망으로 이집트행 비행기에 올랐다. 더울 줄 알았던 카이로는 나의 예상과는 다르게 어찌나 춥던지, 여행하기 전에 미리 공부 열심히 안 하면 나처럼 얼어 죽을지도 모른다.

어느 나라나 마찬가지이겠지만, 카이로에서는 빈부격차가 확연히 드러난다. 정말, 이런 곳이 아직도 있을까 싶다가도 교육을 받은 사람들이 교육을 받지 못한 사람들의 처지를 알지 못하고, 부유한 사람들이 가난한 사람들의 처지를 알지 못해서 서로 구제해 줄 수가 없는 이집트의 현실이 확실히 느껴졌다.

이집트 하면 생각나는 건 미라, 피라미드, 스핑크스, 파피루스, 투탕카멘 등이다. 나는 별로 기대를 하지 않고 갔기에 이집트에서 투탕카멘의 무덤만 보았고 그 이외에는 모두 빼놓지 않고 보았다.

 이집트 하면 떠올리는 이집트의 대명사, 피라미드와 스핑크스를 두 눈으로 직접 보았다. 그러나 기대와는 다르게 피라미드는 생각보다 그렇게 신기하진 않았다. 아마도 관광객이 너무 많아서였던 듯하다. 아니면 너무나 당연한 것을 보아서 그런가 싶다.

사실, 피라미드는 좀 심심하다. 밖의 경치도 심심할뿐더러, 내부 또한 건축전공이 아니면 잘 모를 정도로 심심하다. 실망한 마음에 살짝 장난기가 발동했다. 원래 피라미드 내부는 사진촬영이 금지되어 있다. 대부분 문화유산이 그렇듯 피라미드도 입구에서 사진기를 전부 압수한다. 그러나 이집트 사람들이 사진촬영 기능이 있는 휴대전화기에 대해서는 인식이 없다.

이집트는 로밍도 잘 안 되는 지역이라 휴대전화기를 가지고 다니는 외국인들도 많이 없고, 현지인들은 촬영기능이 있는 휴대전화기를 잘 들고 다니지 않는다. 나도 전화기능이 되지 않아 가방 안에 넣어둔 사실조차 잊고 있었던 휴대전화기를 피라미드 안에서 살짝 꺼내 들었다. 가끔은 품질이 좋은 휴대전화가 있다는 사실에 감사하기도 하다.

그리고 다음으로 너무나도 유명한 그 스핑크스를 보았다.

스핑크스는 어디 각도 어느 자리에서 찍어도 전부 합성 사진 같기만 하다. 스핑크스를 볼 때는 앞에서 보는 것보다 피라미드를 보고 내려올 때, 그 뒤편에서부터 찍으면서 내려오면 더욱 감동이 크다. 혹시, 버스를 타고 오시는 분들이 계신다면 이 점을 유의하시는 게 좋다.

나의 이집트 여행은 위성사진으로 봤을 때 오른쪽의 사진과 같은 루트였다.

카이로에서 다합으로 여행을 했다. 다합은 이집트에서 손꼽는 휴양지이다. 이스라엘 사람들이 휴양을 위해 자주 찾기 시작해 유명해진 이곳은 다이빙으로도 유명한 곳이다. 한국의 유명배우가 별장을 갖고 있다고 해서 더욱 유명한 다합. 홍해에서 보는 일출을 정말 기분 좋게 즐길 수 있는 곳이다.

혹시 스킨스쿠버나 윈드서핑 등에 능숙하지 못한 사람은 ATB나 글라스 보트를 타시면 좋다. 글라스 보트로 보는 홍해 밑 풍경은, 물론 호주나 보라카이 만큼 현란하지 않지만, 그 어느 곳보다 매우 깨끗함이 일품이다.

모세가 십계명을 받은 호렙산(시내산)에 갔다. 물이 귀하디 귀한 그곳에서 씻을 생각도 절대 못하고, 무조건 밥만 먹고 잠들었다가, 이튿날 새벽 1시 반에 일어나서 시내산 입구로 가기 시작했다. 어찌나 추운지, 나는 총 열 벌의 옷을 껴입고도 덜덜 떨었다. 그렇게 껴입고도 추워서 방한마스크도 꼭꼭 챙겼다. 이집트에 여행하게 된다면 장갑 챙겨 가시는 것을 꼭 잊지 말아야 한다. 새벽어둠 속에 낙타를 타고 올라가서 3분의 2지점쯤에서 내렸다. 거기서부터는 가파른 돌길이라 낙타가 더는 갈 수 없다. 그 이후론 15달러를 내고 배두윈들이 끌어주는 낙타를 타고 가야 하는데,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어두운 길에서, 낙타의 터벅터벅 발걸음 소리만 들린다. 새벽이라 졸음이 쏟아지기 때문에, 낙타 꾼들인 배두윈들이 꼭 당부한다. “절대 자지마라!” 아무것도 없는 암흑 속에서 밤하늘의 별만 보며 길을 가노라면 그 낙타 등 위에서 ‘아, 모세가 이런 느낌이었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3/2 지점에서 걸어 올라갈 때는 손전등에만 의지해서 걷느라 아무 생각이 없게 된다. 정상에서 컵라면을 먹으며 기다리다가 일출을 보게 되면, 정말 세상에 존재하는 언어로는 표현할 수 없는 장관이 펼쳐진다. 주위가 차차 밝아지면서 발아래 펼쳐지는 기기묘묘한 바위산들의 신비로운 풍광은 종교를 가지지 않은 사람조차도 잊을 수 없는 감격스러운 장면을 연출한다.

시내산은, 올라갈 때보다는 내려올 때가 더욱 압권이다. ‘아, 모세가 광야에서 이런 생활을 했구나.’라는 게 온몸으로 느낄 수 있다. 내려올 때는 꼭 걸어서 내려오는 것을 추천한다. 그 민둥산을 직접 꾹꾹 밟으면서 내려오면 감동마저 느낄 수 있다.

하산하며 캐더린 수도원에 들렀으나 일요일이라 개방하지 않는다고 해서 이렇게 담 너머로 구경만 했다. 하나님이 나타났던 불 떨기나무가 경내에 있다고 하는데, 일요일엔 개방하지 않는다고 한다.

수에즈 운하의 전경이다. 

비행기를 타고 아스완으로 간 우리는 본격적으로 유람선여행을 시작했다. 배를 타고 들어가서 본 필레신전을 시작으로, 정박하는 곳마다 이집트의 신전들을 감상했다.

아부심벨 대신전이다. 아스완 하이댐의 건설로 상류 쪽으로 물이 불어나 수몰 위기에 처했을 때 유네스코에서 범세계적인 문화재구출운동을 전개했고, 물길이 닿지 않는 약 200미터 위 새로운 터에 완벽하게 복원되었다고 한다. 아부심벨 대신전 옆에는 그의 정부인 네페르타리를 위해 만든 소신전이 있다. 자신의 석상크기와 동등한 크기로 왕비의 석상을 만들어준 왕이 거의 없다고 한다. 세상의 모든 남편 분들은 새겨들을 일이다.

내가 이용했던 크루즈 르네상스다. 내가 저 멋진 배 안에서 이룬 업적은, 크루즈 내 “바”에다가 한국의 멜론뮤직차트 50을 전파하고 왔다는 것과, 어찌나 심하게 설치고 다녔는지, 나중엔 우리가 그 큰 바를 통째로 빌린 셈이 되어 버렸다.

왕들의 계곡, 하트셉수트 여왕의 장제전, 등. 통째로 깎았다는 아부심벨 대신전도 굉장했지만, 내가 봤을 땐 하트셉수트 여왕의 장제전이 정말 막강했다. 남장까지 하면서 왕권을 강화시켰다는 하트셉수트 여왕. 정말, 무슨 일을 하든, 내가 그 일에 대해서 온 힘을 다해야만 얻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던 위대한 여왕이다.

밤의 산책, 룩소르 신전의 야경이다.

다들 벨리댄스 하면 정말 복근 굉장한 이효리 같은 여성이 허리 한번 흔들어주는 것으로 착각하지만, 실제 이집트에서 보이는 벨리댄스는 이렇게 엄청난 체구의 여성분이 가슴과 윗배 아랫배 엉덩이를 따로따로 흔들어 주면서 보여주는 것이. 정말, 가까이서 보면, 무서워서 죽을 정도로 굉장하다.

 사실 난 벨리댄스보다는 수피댄스가 훨씬 멋졌다.

흑사막과 백사막에서 야영을 했다. 물담배를 피우고 계신 분이 추장이다.
요리솜씨가 얼마나 훌륭하신지, 이집트 여행 중 가장 맛있었던 것 같았다. 운 좋아야 볼 수 있다는 사막여우도 구경했는데 뽀로로에 나오는 딱 그 여우처럼 생겼다.

이슬람의 대표적 유적, 하얀색 대리석이 빛나던 무하마드 알리 모스크 내부이다. 팔, 다리가 노출된 의상을 입으신 분들은 입장 전에 슈퍼맨 망토 같은 초록색 망토를 입으라고 나눠준다. 이 모스크의 정원에서 내려다보는 카이로의 전망은 매우 멋지다.


모든 것이 다 있는 칸 엘칼릴리 시장 입구의 모습이다.
난 중국에서 살아보아서인지 절대 신기하지도, 뭐 사고 싶은 것도 없었다. 오히려 중국이 더 싼 것 같은 생각도 들었다. 미라 들어 있는 모형을 하나 사고 싶었는데, 여행지에서 부르는 가격이 더 싸서, 그것도 조금 흥정해 보다 말았다. 더 깊이 들어가서 관광객들이 잘 가지 않는 정말 현지인시장으로 가 보았는데, 완구들이며 제품들이 전부 중국에서 온 것들이 아주 좋은 물건이라 팔리고 있어, 씁쓸한 미소를 지을 수밖에 없었다. 다음에 갈 땐 한국 물건들이 아주 좋은 물건이라 팔리는 모습을 보았으면 하는 작은 바람이 생겼다. 혹시 현지인시장으로 갔다가 길을 잘못 택하시게 되면 재빨리 나와야 한다. 너무 외진 골목들이 많은데, 여러분이 상상하시는 것 보다 훨씬 무섭고 일 당해도 아무도 모를 정도로 두렵다. 나 또한 잘못 들어갔다가 죽다 살아나왔다. 정말 겁도 없이 덤볐다는 후회가 든다.



처음 언급했던 인생 한방의 의미를 확실히 이야기하려고 한다. 이 사건은 이집트 여행 중에 가장 기억에 남을 수밖에 없는 엄청난 사건이었다. 이집트의 사막은 가파른 곳이 좀 많다. 우리가 화면에서나 보던 그런 곳과는 또 다른 차원이다. 우리는 4명씩 팀을 이뤄 베두인들이 운전하는 지프를 타고 가게 되었는데, 베두인들이 한국 사람들에게 좀 더 전율 있는 것을 경험시키고 싶은 열정이 너무도 앞섰었다. 사막을 횡단하는 도중 좀 가파른 곳에 자동차가 걸치게 되었는데, 두려움에 소리를 질렀다. 분명히 육안으로 확인했을 때는 아무것도 없었는데 자동차가 급하게 기우뚱거렸다. 그렇게 그 사막은 베두인들이 운전 할 수 있을 정도의 조금 가파른 언덕이 많았다. 놀이기구를 타는 기분으로 사진을 찍으면서 내려갔는데, 무사히 내려가 차를 돌리는 순간, 이런 상황을 맞닥뜨리게 되었다.

차에서 내려야 하나 말아야 하나 순간 고민하다가 바로 실려 가는 그들을 보며 엄습하는 두려움은 “저게 내가 될 수도 있었다.”라는 생각이었다. 잘 되면 짜릿한 경험이 되겠지만 잘못되면 잔인한 경험으로 남는 것이었다.

그날부터, “인생은 한순간”이란 생각만 연신 머릿속에 울렸다.
이집트에서 돌아와서도, 며칠 동안 그 끔찍한 광경 때문에 밥도 못하고, 잠도 못 자고, 일도 못하고 계속 꼼짝도 안 하고 있었다. 처음엔 내가 받은 충격 때문에 그런가 보다 생각했지만, 나중에야 깨달았다. 충격보다 더 큰 것은 인생은 정말 한순간에 죽음에 이를 수도 있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그 커다란 진리에 무릎을 꿇은 나는 계속 나태한 생각만 하게 되었다.

“일은 해서 뭐하냐…. 밥은 먹어서 뭐하냐…. 잠은 자서 뭐하냐…. 어차피 한순간에 끝날 수도 있는 건데….”

세상이 어떻게 되든지 말든지, 나는 한심하게 생활하기 시작했고 그 끝이 보이지 않았다. 그 지프를 운전했던 기사가 아직도 혼수상태란 소리를 들었을 때는, 정말 미칠 듯이 마음이 괴로웠다. 그때 그 차를 탔더라면 난 어떻게 되었을까….란 계속된 괴롭힘으로 나의 몸과 마음은 힘들고 지쳐 있다.

하지만, 지금 펜을 드는 순간부터 이런 생각을 했다. ‘과연 내가 그 혼수상태인 기사와 다를 게 뭐가 있을까’하는 생각. 나는 사고가 나기 전부터 계속해서 혼수상태에 빠져 있었다. 정신 못 차리고 제 할 일 못하며 매일 한방의 쾌락만 좇는 내가 그 혼수상태인 사람과 다를 게 아무것도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한국인 여행객을 위해 위험을 무릅쓰며 온 힘을 다해 운전을 하다 사고를 당했지만, 정작 아무것도 안 하고 매일 언제 한방의 축복이 오려나 하며 그것만 쫓고 있던 내가 그 사고를 당했다면, 어떤 기분이었을까?

혼수상태의 기사는 이제 조금씩 호전되는 중이다. 나도 이제 혼수상태에서 벗어나 호전되고자 준비하고 있다. 우리가 모두 바라는 그 한방은 쾌락이 될 수도 있지만 극락이 될 수도 있다는 점을 기억하면서 말이다. 나는 앞으로 어떻게 올지 모르는 그 한방을 위해 대처하기로 했다. 한순간에 끝이 될지라도, 그래도 그 끝의 갈림길에 서서, “아, 그래도 괜찮다….” 란 뿌듯함을 느낄 수 있도록 말이다. 이집트는 이렇게 나를 혼수상태에서 구원시켜주는 엄청난 여행이 되었다. 여행은 사람을 다시 한 번 돌아보게 한다. 나는 이렇게 다시 한 번 일어나게 되었다. 나는 하트셉수트 여왕처럼 정말 자신의 일에 온 힘을 다하는 그런 자가 되겠다고 결심했다. 이제 이런 혼수상태엔 빠지지 않도록 한방을 예비하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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