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예로부터 결혼은 인륜지대사 중 하나로 여겨 그 의미를 중요시 해 왔다. 때문에 결혼 적령기의 자녀를 둔 부모님들은 그 배필이 될 사람에 대해 중요시 여기고 또 사람에 대해 하나부터 열까지 꼼꼼히 따지신다. 때문이었을까…….결혼식 때의 신부는 눈이 부시게 아름다웠고 신랑 또한 그렇게 늠름하게 보이지 않을 수가 없었다. 세상 모든 결혼식에 그 만의 의미가 있고 가치가 있지만, 필자가 다녀온 이번 결혼식은 그 의미가 사뭇 달랐다. 우리나라 사람의 결혼식이 아닌 바로 중국인의 결혼식. 엄밀히 따지면 한국에 사는 중국인 부모 밑에서 나고 자란 화교라 반은 한국인이지만, 그 성스러운 의식만큼은 중국식이 고스란히 배어 나오게 치러졌다.
 

중국인 결혼식의 이모저모

1. 중국인 결혼식에는 초대받지 않은 손님도 참여할 수 있을까?
답은 '없다.'이다. 식장 입구부터 양가의 부모님들이 서 계시면서 하객들을 맞는다. 그리고 양가 부모님들의 근친 들만 초대받을 수 있다. 때문에 초대받은 손님인지 불청객인지 아는 것은 불 보듯 뻔하다.

2. 중국인들은 결혼식장에서 결혼한다?
대부분의 경우 중국인들은 우리나라처럼 결혼식장이라고 만들어진 건물에서 결혼하지 않는다. 근래에 들어선 가든과 같은 사설시설이 생겼다고 한다. 그러나 대중적인 방법은 연회석이 완비된 100 평 이상의 큰 규모의 식당에서 치러지는 것이다. 하객들은 식장에 들어서 준비된 테이블에 앉는다. 가운데에 회전판이 놓인 중국식 식탁에 앉게 되는데 좋은 자리는 일찍 와야 맡을 수 있다니 게으름은 금물이다.

3. 웨딩마치로 시작되는 신부의 고옥한 자태?
중국은 웨딩마치 등의 노래로 신랑 신부의 입장이 시작 되는 것이 아니라 보통 입장하는 하객들처럼 식장에 나타난다. 우리와 같은 주례사 등도 없기 때문에 사회자 또한 없다. 신랑, 신부가 식장에 나타난 순간 의식은 시작되고 고대하고 고대하던 중국 산해진미들이 그 모습을 드러내며 그 의식을 함께 한다.

4. 사회자, 주례자도 없다면 축가는??
축가를 부르는 사람들은 다름 아닌 신랑, 신부의 친구들. 우리나라에선 '첨밀밀(甛蜜蜜)'로 유명한 중국 가수 '등려군'의 대표곡 '월량대표아적심(月亮代表我的心)'이 주로 불린다고 한다. 축가를 불러주던 신부 측 친구의 애절한 목소리가 지금도 심금을 울린다.

5. 부조는 어떻게?
중국인이 가장 선호하는 색은? 이것은 엄마 뱃속의 아기도 알 정도로 유명한 바로 빨간색이다. 부조 또한 봉투 겉에 금박으로 '쌍희 희(囍)'자가 쓰여 있는 빨간 봉투에 일정 금액을 넣어 한다. 식탁에 놓인 식탁보, 차림표, 식당의 간판, 심지어 식당 바깥에 결혼하는 신랑 신부의 이름이 적인 종이마저 빨간색이다.

6. 신부는 무엇을 입나?
바로 앞에서 귀에 딱지가 앉도록 언급했던 색깔은 다름 아닌 '빨강'. 우아한 한 송이의 장미를 연상케 했던 신부의 드레스는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적당히 가슴선이 드러나 더욱 아름다웠던 붉은빛의 드레스는 '색'에 민감하기가 둘째 가라면 서러우리만치 예민한 내 오감을 자극했다. 느낌마저 예술이었던 실크 재질의 붉은 드레스. 그 아름다움에 심심한 찬사를 보내는 바이다.

7. 요란한 잔치에 먹을 것 없다?
있다. 분명히 있다. 필자가 참여했던 중국인의 결혼식은 음식으로 시작해서 음식으로 끝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시작은 닭, 양장피 등의 찬 음식부터 진행되었다. 곁들여 나왔던 호두튀김은 나의 미각의 역사에 길이길이 남을 것이다. 그 다음으로 그 귀하고 몸에 좋다는 해삼과 버섯을 요리한 음식이 김을 모락모락 내며 내 시선을 사로잡았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이에 질세라 두툼하게 살이 오른 왕새우 튀김, 어르신들이 좋아하실법한 송이버섯과 소고기 볶음 요리. 그러나 그 무엇보다도 식장의 메인을 차지했던 요리는 바로 전복에 소스를 얹어 요리한 것. 최상급의 전복 모양을 그대로 살려 먹기 좋게 접시에 한가득 담아 나온 것. 탄성이 절로 나왔다. 그에 이어 밥 도둑으로 유명한 게를 이용한 튀김요리, 튀겨서 껍질 째 먹는 것이 가능하다. 산해진미에 생선이 빠질 수 있으랴! 생선요리의 대표로 나온 도미찜. 살이 많아 보는 이의 만족을 극대화시켰다. 잠시 자리를 비웠다 돌아온 나를 반겼던 것은 다름 아닌 참깨에 버무린 찹쌀떡. 근처 화교 분에게 여쭤보니 하객으로 참여한 이가 차려나온 음식에 모두 만족했길 바라는 마음에서 찹쌀떡이 나오는 거라고 한다. 음식의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는 법. 우리나라에서는 주식으로 알고 있는 면류가 중국에서는 마무리 음식과 같다. 식장에선 끝으로 울면이 나왔는데 기름진 음식을 먹은 속이 한결 편안해지는 것을 느꼈다. 울면 그릇이 비워지기 시작하자 식장에 참여했던 하객들이 한 분 한 분 자리에서 일어나시기 시작했다. 결혼식의 끝이 다가온 것이다.

8. 사진촬영은 언제?
2시간여정도의 음식으로 시작하고 끝맺음을 했던 식이 끝나자 사진촬영이 시작됐다. 나가는 하객 한 분 한 분과 인사를 나누며 사진 촬영이 이루어졌다. 집으로 돌아가는 하객들을 맞은 것은 신랑이 들고 있는 달콤한 캔디. 필자도 두어 개 들고 왔다.

홀수 달 에는 결혼을 하지 않는 소수민족인 요족들과는 달리 이들 부부는 5월에 탄생하였다. 더욱이 식장을 환하게 빛냈던 아름다운 5월의 신부를 보며, 필자도 그녀와 같이 아름다운 5월의 신부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한쪽 가슴에 고이고이 묻어 두었다. 그리고는 갓 태어난 한 쌍이 행복하게 오래오래 잘 살기를 바라는 마음과 함께 유유히 식장을 빠져 나왔다.
진심으로 결혼을 축하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