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초등학교 방과 후 영어 선생님이다. 모든 교과가 그렇겠지만, 교과서로만 수업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그래서 가끔가다 아이들에게 영화를 보여준다. 그런 나의 이목을 끌었던 영화는 얼마 전 개봉한 ‘박물관은 살아있다 2’였다.

영화는 박물관 경비를 맡았던 남자주인공이 역사적 인물인 한 여류비행사를 만나며 전개된다. 그런데 이 비행사가 누구던가. 다름 아닌 여성으로서는 최초로 단독 대서양 횡단에 성공한 아멜리아 에어하트 (Amelia Earhart)였다. 영화 속에서 모험심과 긍정적인 성격으로 남다른 매력과 행동력을 보여주던 그녀를 보며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우리나라엔 왜 그런 사람이 없을까.

혹시나 미국이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일까 싶어 그녀에 관한 기록을 찾아보았다. 그녀가 비행에 관심을 두고 배우려 했을 때 미국에서는 여류비행사에 대한 편견이 있었던 것으로 보였다. 물론 비행을 가르쳤던 아멜리아의 첫 번째 선생님, Neta Snook, 여자로서는 처음 비행관련 자격증인 F.A.I(Federation Aeronautique Internationale, 세계 비행 연맹) pilot license를 획득한 Baroness Raymonde de la Roche, 미국인으로서는 처음 비행사자격증을 획득한 Harriet Quimby 같은 사람들도 있었지만, 아직 여류비행사가 일반적이지 않은 때였다. 실제로 비행사인 프랭크 후크(Frank Hawk) 는 여자를 승객으로 태우는 것조차 확신이 없었다고 한다. 아멜리아를 승객으로 태우게 되었을 때, 그는 그녀가 이상한 행동을 하거나 비행기에서 뛰어내리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이 앞서 있었다. 일종의 남성우월주의로 그녀를 태우는 것을 미루기까지 했으나 그녀의 비행에 대한 깊은 관심을 꺾을 수는 없었다.

사회의 편견을 뒤로하고 아멜리아는 네타 스누크(Neta Snook) 에게 비행지도를 받았다. 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일을 두 개나 해야 했다. 그리고 남는 시간에 비행연습을 했다. 영화에서 처음 그녀에 대한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혹시 그녀가 부유한 가정의 뒷받침으로 비행사가 된 것은 아닐까 생각해 보았다. 하지만, 연료와 비행기 구입비용 등을 대기 위하여 그녀는 열심히 일해야 했다. 그리고 나머지 시간을 이용해서 자신이 진정으로 하고 싶은 일을 시작했던 것이다.

일찍이 이어령 씨는 그의 책 <젊음의 탄생>에서, 왜 한국에는 촛농으로 만든 날개를 달고 하늘을 난 이카로스와 같은 신화가 없었는지, 그리고 어째서 우리나라 역사에는 하늘을 날려다 떨어져 죽은 모험가들의 이야기가 없는지 탄식을 표하고 있다. 무엇인가에 대해 모험을 하고 도전한다는 것은 아직 알려지지 않은 미개척분야이기에 가능한 일이다. 그리고 그렇게 도전하기 위해선 남다른 각오와 관심, 그리고 개척정신이 필요하다.

첫 번째로 비행다운 비행에 성공하였다고 할 수 있는 라이트 형제, 신대륙을 발견한 콜럼버스, 그리고 여성 최초로 대서양을 홀로 횡단한 비행사 아멜리아 에어하트, 이들이 세기를 넘어서까지 역사책 속에서 살아 숨 쉬고 영화에서 주인공으로 열연하며 세계적으로 유명한 이유는 무엇일까? 주위의 만류에도 아무도 성공하지 못했던 일에 도전하여 ‘첫 번째’라는 타이틀을 따냈기 때문이다. 실제로 아멜리아 에어하트는 처음엔 그녀 아버지의 반대로 가족으로부터 아무런 경제적 지원을 얻을 수가 없었다.

하지만, 도전하는 일에 성공하고 못하고를 떠나 무엇엔가 도전하는 일은 다른 사람의 본보기가 되고 또 다른 도전을 불러온다. 비록 대서양 한가운데서 비행 중 사라진 아멜리아 에어하트이지만, 그녀가 아직 우리에게 기억되는 것은 그녀의 남다른 도전과 탐험정신이 아닐까 한다. 그리고 그와 같은 미개척분야에 대한 도전정신이야말로 우리 시대가 진정으로 추구하는 그 무엇이 될 것으로 생각해 보는 바이다.

조은비 수습기자 / garcis1004@hotmail.com
사진출처 : http://www.ameliaearhart.com

참고문헌:
1. Amelia Earhart-A Life in Flight, Victoria Garret Jones, Sterling, 2009
2. 젊음의 탄생, 이어령, 생각의 나무, 2009
3. http://en.wikipedi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