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영화 한편] 굿윌헌팅, 방황…만남 그리고 변화

젊은시절의 방황 그리고 원치 않으나 운명처럼 정해져버린 자신의 환경으로 인해 세상을 삐뚫게 바라보는, 그러나 천재였던 한 젊은이의 모습을 볼 수 있는 영화 <굿 윌 헌팅>(감독 구스 반 산트, 1997년).

기자가 이 영화에 이렇게 관심을 갖게 된 이유는 자신을 보는 듯한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주인공 윌 헌팅(Will Hunting)은 원치 않지만 마치 운명처럼 주어진 환경을 살아낼 수 밖에 없었고, 그리고 천재성 또한 운명처럼 또 선물처럼 주어져 청소부인 그는 MIT 수재들도 풀 수 없는 수학 문제를 그저 몇 일 고민하다 풀어낸다.

노동자계층으로 보스톤 남쪽의 빈민 거주지역에서  MIT 공대 바닥 청소 일을 하며 살고 있는 주인공. 천재적인 두뇌를 가졌지만 가난한 가정환경 때문에 청소 일 외로 대학교 정문 근처에도 가본적이 없지만, 그러나 노벨상을 수상한 교수들조차 쩔쩔매는 어려운 수학 문제들을 싱거울 정도로 간단하게 풀어버린다.

수학 분야의 권위 있는 상인 필즈상(Field's medalㆍ4년마다 열리는 국제 수학자 총회에서 획기적인 업적을 남긴 40세 이하의 수학자에게 부여되는 상) 경력의 제랄드 램보 교수는 복도 칠판에 어려운 수학 문제를 출제해 놓는 게 취미다. 그런데 어느 날 그가 내놓은 난제를 풀어낸 주인공이 나타난다.

램보 교수와 그의 조교는 어느날 칠판에 문제를 풀고 있는 이를 발견하게 된다. 자신이 푸느라 2년이 걸린 문제를 학교의 한 청소부 청년이 해결한 것이었다.

이후 그를 찾아나선 램보 교수는 폭력 사건으로 법정에 있는 윌을 찾아낸다. 램보 교수는 뛰어난 자기 변호에도 불구하고 과거 수 차례의 폭력 사건을 피해간 경력으로 인해 수감된 윌을 두 가지 조건을 걸고 석방시킨다. 하나는 자신과 같이 수학을 연구하는 것이며, 다른 하나는 정신과 의사에게 치료를 받는 것이었다.

램보 교수는 윌과 함께 공동연구를 해 보려 시도하지만 그러나 그의 거친 성격을 다스릴 길이 없고 교정에 투입된 내로라하는 학자들이 보기 좋게 나가 떨어지며 윌의 치료를 감당할 만한 사람이 없다.

위대한 재능이 사장되는 것을 막고 싶었던 램보 교수는 대학 동기이자 절친한 친구인 심리학 교수 숀 맥과이어에게 윌을 부탁하고 이때부터 윌과 숀 사이엔 윌의 마음의 빗장을 열기 위한 승강이가 시작된다.

숀도 윌과 마찬가지로 고집세고, 상처입은 사람이다. 그러나 숀은 윌의 얘기를, 아무리 급진적인 사상가라도 어긋나게 여길 법한 무례한 이야기를 정해진 상담시간 마다 가만히 들어준다. 마음의 사냥꾼이 된 숀은 윌의 상처난 마음을 어루만지고 따뜻한 감성을 되살려 나간다.

숀은 윌이 가진 이 같은 내면의 아픔에 깊은 애정을 갖고 관찰하면서도 윌에게 인생과 투쟁하기 위해 필요한 지혜를 가르쳐 준다.

"진정한 의미의 상실은 네가 너 자신을 사랑하는 것보다 다른 뭔가를 더 사랑할 때 생기는 거야."

"네 잘못이 아니야."라며 윌이 닫힌 마음을 여는 마지막 순간의 설득력이 다소 떨어지는 감은 있지만 그러나 잔잔한 감동을 불러일으킨다.

숀으로 인해 세상에 한 발짝 나아간 윌. 그는 닫힌 마음을 열고 사랑해 볼만한 세상에 눈을 뜨게 된다. 드디어 윌은 대학의 장학금 제의를 받아들여 정든 친구들과 작별을 고한다.

이 영화의 시나리오는 주인공 맷 데이먼이 1992년 하버드대 재학시절 쓴 단편소설을 토대로 친구인 벤 에플렉과 공동 각색한 것이다. 1998년 아카데미 시상식 9개 부문에 노미네이트 되어 아카데미 남우조연상과 각본상을 수상했다.

성장영화라고 할 수 있는 이 영화를 20대의 젊은이에게 추천하고 싶다. 소설가 김훈은 20대의 젊은이가 해야할 한가지 일로 사람을 이해하는 능력을 기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훈은 나이가 들어서는 사람이 고정관념에 빠져버리기 때문에 젊었을 때 그 젊은이의 감수성으로 인간을 이해하는 훈련 즉, 인간과 인간의 관계가 어떠해야 하는지를 배워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영화의 주인공 윌은 숨겨진 상처와 아픔을 안은 채 친구들과 어울려 폭행을 일삼으며 불 같은 반항심으로 살아가는 모습으로 그려지고 있다. 영화 구성의 면에서 부족한 면이 없진 않지만 이 영화의 메시지는 주변 이들을 통해 변화해가는 주인공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고난이나 혼란을 넘어설 수 있는 힘은 자신의 능력으로부터가 아닌 나를 도와주는 주변의 사람들을 통해서다. 안다고 하지만 모르고 있진 않은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