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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우리 시장
2009년 12월 01일 (화) 김준태 기자 seibel@empal.com

   
우리나라가 10년 전과 달라진 것 중의 하나는 아마도 유통업의 초대형화와 대기업의 유통에 관한 독점력을 들 수 있을 것이다. 편리함과 저렴한 가격에 전국의 마트가 공동화되어가고 있는 것이다. 단순 대형마트가 아니라 전국구 대형할인점이 우리나라의 유통 전체를 집어삼키는 것이다. 서울이 조선의 수도로써 600년 명맥을 잇는 것을 생각하면 사대문 안에 있는 시장들의 역사는 10 ~ 20년 역사는 아닐 것이다. 송상, 만상, 경상 등 다양한 상인들의 각축전이었던 조선을 떠올려본다면 최근 우리나라 유통의 대형화는 반가운 일만은 아닐 것이다. 유럽여행을 다녀온 사람들은 유럽의 재래시장에 대한 극찬을 아끼지 않는다. 전통성이 있어 보인다든지, 골동품이 있고 볼거리도 많다는 등.

그럼 우리나라 시장들은 어떨까? 단순히 젊은이들과는 거리가 있고, 추억만이 묻어나며 깔끔하지 못한 곳이 시장이란 이미지가 과연 옳기만 한 것일까? 더 많이 저렴하게 친절만으로 마트에 밀려 재래시장이 없어질 정도로 가치가 없는가는 생각해보아야 할 문제인 것 같다. 평소에 이런저런 많은 생각을 하면서 시장에서 자신의 가게를 가꾸고 십수 년 동안 시장역사의 산증인으로 살고 계신 분들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 동네시장
먼저 가장 가까운 동네시장은 주위에 들어선 대형할인점들과 유통업체들로 말미암아서 분위기가 많이
   
침체 되어 있다. 시장천장을 비가 들어오지 않게 만들고 시장 하늘을 모두 가려서 쇼핑할 때 불편함이 없도록 하였다. 미아, 길음, 정릉 등 이 동네 주위에서는 신발 한 켤레를 사더라도 이곳에서 사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북적였다고 했다. 시장을 방문하면서, 여러 사람을 만났었는데 30대 중반 사람들의 이야기가 기억이 난다. "자신이 초등학교에 다닐 당시에는 좋은 물건을 사려고 버스 타고 이곳에서 구입했다. 집은 정릉이고 시장까지의 거리는 약 20분 거리였다." 이제는 어떠한 물건을 구하고자 먼 거리를 돌아오지 않아도 되는 상황이 되었고, 시장이라는 존재가 더는 물건을 구하기 위해서 꼭 나와야 하는 장소가 아닌 곳이 되어버린 것이다. 마트가 아침부터 저녁까지 사람들이 북적거리는 것과는 달리 동네시장은 과거의 명성은 추억이 되어버리고, 차분함 속에서 장사하는 것 같아서 아쉬웠다.

▶ 광장시장
   
역사가 깊고, 역시 이곳도 진흥정책으로 위쪽 천장을 막고 쇼핑을 하는 데에 불편함이 없도록 했다. 시내중심인 종로에 있어서 그런지 규모도 크고 유동인구도 많았다. 구비 품목은 없는 것이 없었으며 이곳엔 식사하려고 오신 분들이 많았다. 순댓국밥, 순대, 빈대떡, 국수, 곱창 등 날씨가 쌀쌀해지면서 인기가 높아지는 음식들이 많았다. 이곳에서 순대 장사만 수십 년 하신 분들이 계셨으며, 순대를 시키면 입담과 함께 식사를 하면서 웃음도 덤으로 주시는 아주머니도 계신다. 오가는 대화 속에는 우리의 생활을 공감해주는 푸짐한 인심도 함께 있었다. 단순히 직원교육과는 다른 서비스 개념과는 다른 모습이라고 할 수 있겠다. 과거에 시험에 낙방하거나 안 좋은 일이 있었을 때 순댓국을 먹으려고 찾곤 했는데, 그때 뜨거운 국밥에 힘을 얻고 칠전팔기했던 기억도 있다. 프랜차이즈도 좋지만 그곳에서는 이런 것은 느낄 수 없다. 단순히 고객감동을 시켜 지갑을 열게 하는 경영학적인 법칙, 인심을 제외한 효율을 강조하는 곳에서는 알래야 알 수 없다.

▶ 동묘 앞 벼룩시장
   
할아버지 할머니께서 모여 있는 곳. 복잡한 머리를 정리할 때는 이곳만 한 곳이 없다. 이곳에서는 식혜 500원에 한 사발, 2000원에 칼국수, 3000원에 갈비탕 등 다양한 먹을거리가 있으며 3000원짜리 시계, 만 원짜리 낚싯대, 500원짜리 헌책, 3000원짜리 자습서 등이 존재한다. 가격이 싸다고 해서 품질이 안 좋거나 맛이 없지않다. 물건은 손때가 묻어 있으나 정상작동되고 가끔은 새 제품을 저렴하게 구할 수 있는 횡재를 얻을 수 있기도 한곳이다. 우리나라의 물가가 하늘이 높은 줄 모르고 오르고 있고 1만 원의 가치가 없다고 하지만 이곳에서는 만 원짜리 한 장만 있다면, 많은 것을 보고 듣고, 사진도 찍고 배불리 먹고 시간을 보내도 그 돈을 다 쓸 수 없을 정도로 돈의 가치가 높다. 나는 이곳에서 헌책을 많이 사고, 많이 살 때는 역시 에누리를 통해서 가격만족을 더욱 누리기도 한다. 친한 친구들이 입맛이 없다고 하면, 이곳 국수를 맛보게 해주고 잃어버린 밥맛도 찾게 해준다.

▶ 동대문 장난감 시장
   
요즘 아이들, 아니 나부터가 비싼 장난감에 익숙한 수입장난감에 관대한 세대일 것이다. 장난감 하나 사려면 만 원짜리 한 장으로는 주먹만 한 것도 사기 어려운데 이제는 이곳에서 구입하면 아이들 선물에 대한 고민을 덜 수 있다. 1만 원짜리가 2천원에 나오고 3천 원짜리가 800원에 팔리기도 한다. 어린이집이나 기타행사에서 아이들의 단체선물을 구입 한다면 흥정을 통해서 더더욱 저렴한 가격으로 구입 하는데 그것이 가능한 이유는 여기는 도매상 직거래를 하는 곳이기 때문이다. 인터넷이 저렴하다 저렴하다 하지만 결국 장난감 총판은 이곳에서 이루어지고 있고, G마켓 옥션의 11%라는 높은 수수료율은 결국 모순되게 비싼 가격에 거래되고 택배비 때문에 더욱 비싸지지만, 이곳에서는 발품만 뛰면 만족할만한 물건들을 살 수 있다. 얼마 전에 꼬마의 어린이날 선물을 사러 간 적이 있었다. 매일 백화점이나 할인마트에 익숙한 우리 친구는 이곳에서 입을 다물지 못하고 장난감을 고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저렴한 가격에 그 친구도 만족. 나도 만족할만한 선물을 살 수 있었다. 꼭 비싼 것만이 선물은 아니다. 아이에게는 이렇게 다양한 상점주인이 다양한 물건을 팔고 다양한 사람들이 시장봉투를 들고 다니면서 사는 모습을 보는 것도 큰 선물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유명한 동대문, 남대문시장은 자주 가는 곳이지만 따로 취재하지 않았다. 남대문과 동대문의 상권은 아직 건재하고, 외국인 관광객으로 말미암아 시장의 활성화도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에 시장의 타겟과는 거리가 있기 때문에 제외하였지만, 역시 남대문은 전문성 있는 제품들이나 수입관련 상품들을 사고자 찾는 이들이 많았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이 정말 마트 대신 인터넷 홈쇼핑일까? 사람은 숨만 쉬고 모든 게 자동화되고 사람과 사람이 흥정도 없이 물건을 모두 정찰제로 팔고 칼로 잰듯한 관계 철저한 마케팅에 움직이는 소비 심리들이 우리를 위한 것일까? 나는 그런 삶을 기대하지 않는다. 자동화가 되면 될수록, 사람이 그리워질 것이고, 인터넷이 발달하면 발달할수록 먼 것은 보지만 가까운 것들을 보는 것을 보는 눈을 잃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대형유통업은 장점도 많지만, 시장이 가지는 인간미라는 요소는 어떻게 해도 도입하기 어려울 것이다. 무분별한 도입으로 말미암아 시장이 점점 사라진다는 뉴스는 익숙해서 무감각해지고 있을지도 모르지만. 결코, 방치하면 안된다는 것은 작은 진리가 될 것이다. 시장은 좀 더 친절해지고, 깨끗해져서 구매자의 요구에 대해 민감해질 필요가 있고, 소비자는 유통업체의 마케팅에 쉽게 움직여서는 안 될 것이다.
   
   
   

 




이 땅에 나라가 세워진 이래 한순간도 멈추지 않았던 시장의 숨결이 앞으로도 활기차게 들리기를 바라며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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