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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이라는 같은 생각
2011년 01월 31일 (월) 오양심 기자 ohyangsim@hanmail.net

2010년 8월 14일, 홍콩 한국 국제학교에서 열리는 ‘제15회 세계한국어웅변대회’에 연사로 나가기 위해 왼쪽 가슴에 코 수건을 달았다. 초등학교 1학년 때 하나, 둘, 셋, 넷하고 구령에 맞추어 선생님 뒤를 따라가며 언행을 본받으려고 손을 올리고 내리던 그 심정 그대로 한국외국어대학교 강의실을 나오자마자 웅변학원으로 가는 지하철을 탄다. 

“대한민국은 아이티 강국입니다. 아이티란 인터넷 이동통신 반도체 등 전자 정보를 주고받고 저장하는 21세기 정보산업기술을 말합니다. 컴퓨터와 휴대 전화 보급률이”

한참동안 연습을 했는지 지하철 승객 모두의 시선이 나에게로 쏠려있다. ‘정신이 잘못된 거 아냐?’ 하는 근심과 염려를 섞어 힐끔힐끔 쳐다보는 눈동자들이 섬뜩하다.

“세계에서 으뜸이고 통신 속도는 어느 나라도 우리의 기술을 따라오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여러분! 불과 60년 전 전쟁에 폐허 속에서 허덕이던 대한민국이 오늘날 세계 속에 아이티 강국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이유를”  

“손님 다 되었는데요.”
잠시 슈퍼마켓에 들러 음료수를 살 때 나도 모르게 웅변연습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집으로 돌아올 때는 아예 차를 몰고 남한산성으로 올라간다. 아니다. 될 수 있는대로 사람들의 그림자조차 얼씬거리지 않은 남한산성 꼭대기를 향해서 올라간다. 해가 서산으로 넘어간 지 오래지만 무섭거나 두렵지 않다. 오직 웅변연습을 해야 한다는 일념뿐이다. 자동차가 갈 수 있는 하늘 꼭대기까지 올라 묘지 앞에 차를 세운 뒤 잡목을 헤치고 산 속으로 들어가서

“알고 계십니까? 국토는 좁고 자원이 부족해도 우리 나라가 세계 십대 경제 국가 대열에 오를 수 있었던 것은 국민들의 성실한 노력과 더불어 조상님들 이 우리에게 물려주신 유산 하나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지구촌 그 어떤 자원보다도 값어치 있고, 쓰면 쓸수록 빛이 나고, 갈고 닦을수록 가치가 있는 그것은 바로 한글입니다.”

목이 쉬도록 연습에 연습을 거듭하고 난 뒤 한숨을 돌렸을 때에야 이 더운 한여름 숲 속에 혹시 뱀에게 물리면 어쩌나, 하는 데까지 생각이 미치자 몸이 오싹 오그라들며 겁이 덜컥 난다. 허겁지겁 잡목을 헤치고 산을 내려오는데 오금이 저려 발걸음이 도대체 떨어지지 않는다. 사람을 피한답시고 얼마나 높은 산을 올라갔는지 앞이 캄캄하다. 길을 찾지 못해 결국 산에서 헤매다가 새벽 이슬을 맞고 집으로 돌아온 여편네에게 고운 시선을 보낼 리가 없는 남편이다. 미안하여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새앙쥐처럼 조심조심 이불을 들치고 잠자리에 든다. 마누라를 기다리다가 속이 많이 상했는지 찬바람을 일으키며 획 돌아눕는 남편이 야속하지만 그것을 탓할 만큼 마음의 여유가 없다. 이미 녹초가 된 몸이라 자리에 눕자마자 잠이 든다.

“자음 열 네 자 모음 열 자로 만들어진, 스물네 자의 훈민정음이 있었기에, 민족이 흩어지지 않고 하나로 뭉칠 수 있었고, 하나로 뭉쳤기에 역사적 고난을 이겨낼 수 있었으며, 우리 모두 한글의 힘으로 세계적인 아이티 강국을 만들어 낼 수 있었다고, 위대한 유산 한국어를 세계만방에 자랑……”

“어이! 어이, 자네 지금 무슨 잠꼬대를 그렇게 심하게 하는가? 글을 써대는 것도 모자라서 이제는 웅변에까지 미쳐 버렸네. 이, 미쳐도 보통 미쳐야지 손을 써 보지, 이제는 아예 구제불능이여, 근데 지금 자네 나이가 몇 살인지나 알고 주접을 떠는가!”
여편네에 대한 서운한 감정을 갖고 있는 줄 평소에 알고 있었지만, 정면 돌파를 하며 험한 말로 도전하는 남편이 섭섭하여 일순간 비속어로 되받아치려고 폼을 잡았다. 하지만 꿈속에서까지 한국어를 세계만방에 자랑한다고 사자후를 토했으니 어이가 없기는 나도 마찬가지였다. 남편의 말대로 지천명의 중턱을 넘어가는 나는 살아가면서 무엇을 이루고자 그 먼 홍콩까지 가서 웅변으로 한국어를 알리려고 하는 걸까?

그동안 선인들은 가치 있는 삶을 살기 위해 견디기 어려운 일들을 몸과 마음으로 수행하면서 삶의 본질, 삶의 목표인 인간답게 사는 길이 무엇인지 깊이 파고들어 연구를 했다. 선각자들의 가르침은 오늘날 종교가 되었고, 예술이 되었고, 철학이 되었고, 교육의 바탕이 되었다. 하지만 그들의 노력에도 인류의 고통은 끝나지 않고 삶의 본질은 혼란스럽기 짝이 없는 시간으로 이어져 내려오고 있다.

내가 날마다 전전긍긍하고 앙앙불락하며 오직 말을 잘하고, 글을 잘 쓰고, 시도 잘 쓰는 현장교육으로 더 넓고 깊은 세상을 살아가기 원하고 바라는 것은, 선각자의 뒤를 이어 우리를 보존하고, 우리를 창조하고, 우리를 초월하기 위해서이다. 너와는 상관이 없는 세상이 아니라, 너와 함께 행복해지는 삶, 선인들이 가르쳐 준 ‘더불어 함께 살아가는 삶’을 살기 위해서다. 사랑하는 가족, 사랑하는 사회, 사랑하는 민족, 사랑하는 지구촌 식구와 함께 인류 공동체가 되기 위해서이다. 우리 모두 교육이라는 같은 생각으로 미쳐야 세상을 바꾸고 역사를 바꿀 수가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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