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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인셉션’ 100배 즐기기
2010년 09월 01일 (수) 조은비 기자 garcis1004@hotmail.com

거침없는 총성, 바람을 가르는듯한 주인공의 몸놀림, 적들과 맞서 싸우는 우리의 주인공, 정의라는 이름으로 적들을 무찔러 권선징악의 표본을 보여주는 것, SF 액션영화라고 하면 생각나는 이미지들이다. 하지만, 올 7월에 개봉한 영화, ‘인셉션’은 기존 SF 액션영화와는 차이를 두었다. 숨은 그림 찾기 하듯, 영화 곳곳에 영화에 매력을 더하는 요소가 숨어 있다. 이미 극장에서는 막을 내렸지만, 과연 인셉션에서는 어떤 요소들이 숨어 있을지 찾아보자.


정의?

대부분 액션영화에서는 선과 악이 존재하고 그 둘이 충돌하여 지구의 평화, 특히 미국의 평화를 위해 주인공 혼자 싸운다. 물론 무리를 지어 싸우기도 하나 대부분 마지막까지 살아남는 건 주인공 혼자다. 선(善)의 정의를 내걸고 악(惡)의 무리를 해치우는 것이 그들의 임무다. 인셉션에선? 글쎄, 보는 내내 흔히 액션영화에서 말하는 ‘정의’라는 게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보았다. 오히려 극 중 우리의 주인공, 코브(Dom Cobb)는 사이토(Saito)의 제의를 받아 다른 사람에게 생각을 심으려 한다. 그것도 사이토 개인적인 이득을 위한 것이고, 그 조건으로 살인혐의로 미국으로 돌아갈 수 없는 코브는, 집으로 돌아가게 해 주겠다는 제의를 받는다. 선과 악의 의미에서 봤을 때, 둘 중 어느 사람도 선, 혹은 악이라고 단정 지을 수는 없다. 이 글을 읽는 독자는 ‘영화에서 악은 멜(Mal)이 아니냐?’라고 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에 대한 언급은 나중에 다시 언급할 것이니 기다려주었으면 좋겠다.


아리아드네의 실타래

사이토의 제안을 받고 함께 일할 팀을 짜기 시작한다. 타인에게 생각을 심는 행위는 매우 어려운 일이기에 코브는 능력 있는 사람을 찾아 파리로 간다. 파리는 코브의 장인 마일스가 사는 곳으로, 마일스는 꿈의 설계자를 찾는 코브에게 학생 하나를 소개한다. 이름은 아리아드네, 신화를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들은 ‘혹시’라는 생각과 함께 이야기 하나를 떠올릴 것이다. ‘아리아드네의 실타래’, 크레테의 왕, 미노스가 다이달로스에게 명령해 설계한 래버린터스(라틴어 Labyrinthus: 미로)에서 아리아드네에게 받은 실타래를 풀며 미로 안으로 들어가서 반인반우(伴人伴牛)인 미노타우로스를 죽이고 다시 실타래를 감아 미로를 빠져나올 수 있었던 테세우스 이야기다. 즉, 신화에서의 아리아드네는 테세우스가 미로를 잘 빠져나올 수 있도록 안내자 역할을 한다. 아리아드네의 이복동생인 미노타우로스가 갇힌 미로인 만큼 빠져나오는 방법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영화에서의 아리아드네는, 코브에게 1분 안에 풀 수 있는 미로를 2분 안에 그리라는 테스트를 받는다. 결국, 원형의 미로를 그려 코브가 쉽게 풀 수 없게 만들면서 테스트를 통과한다. 미노타우로스가 갇힌 미로는 원형이다. 한 번 들어가면 빠져나오는 길을 쉽게 찾지 못한다. 실타래, 즉 그 미로를 잘 알 수 있는 사람이 있지 않은 한 말이다. 영화에서 아리아드네는, 코브가 꿈을 잘 헤쳐갈 수 있도록 일종의 안내자 역할을 한다. 미로처럼 설계한 꿈에서 코브가 길을 잃지 않도록 말이다.


누구에게나 자신만의 미노타우로스는 있다?

신화에서 아테나이는 강국 크레테에 해마다 선남선녀 7명 식을 미노타우로스의 제물로 바친다. 테세우스는 약소국 아테나이의 왕자로 백성이 죽어나가는 것을 볼 수가 없어 자신이 직접 미노타우로스를 처치하려고 7명의 선남 중 한 사람으로 지원하게 된다. 테세우스는 미노타우로스를 제거함으로써 자신의 나라를 구하게 된다. 책 『신화와 예술』에서 아리안 에슨은 이를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누군들 자신만의 미노타우로스가 없겠는가?’의 의미는 아마도 이것인 듯하다. 사람들은 누구나 자신 내부에 위대해 질 가능성을 가지고 있지 않을까?또 누구나 자신의 능력에 못 미치는 일을 극복하고 그 일을 해낼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닐까? 아리아드네는 바로 테세우스에게 미노타우로스와 대적할 수 있다는 가능성의 희망을, 그럼으로써 더욱 발전하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스스로 인정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준 것이다.’

코브의 미노타우로스는 자신의 죽은 아내 ‘멜’이었다. 코브의 성명은 Dom Cobb, Dom은 라틴어 domus와 관련한 이름으로 집, 조국, 고향 등의 의미를 담고 있다. Mal은 라틴어 male, malus와 관련된 이름으로 나쁜, 악한, 불행한, 간사한 등의 의미가 있다. 극 중에서 코브는 계속 집으로 돌아가길 원한다. 코브의 최종 목적지이자 희망이다. 멜은 코브의 꿈마다 나타나 코브를 방해한다. 그리고 자신과 함께 꿈속에서 영원히 살기를 원한다. 악이라고 치부해버리기보단, 코브의 무의식 속에 잠재된 표적이자, 극복해야 할 대상이다. 꿈의 어디에서 나타나 코브를 방해할지 아무도 알 수 없다. 코브에게 멜은 코브만의 미노타우로스이다. 코브 또한 자신의 미노타우로스인 멜을 극복할 잠재력이 있다. 하지만, 자신이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을 믿지 못한다. 그런 코브를 위해, 아리아드네는 스스로 코브의 꿈에 들어가 코브 스스로 자신을 믿을 수 있게끔 도와준다.

꿈, 미로, 표적, 그리고 무의식의 세계

꿈을 꾸고 난 후 잠에서 깨면, 갑자기 꿈에 대한 생각이 잘 나지를 않는다.
누가 내 꿈을 훔쳐가기라도 한 듯, 무슨 일이 있었는지 꿈과 꿈의 연결고리 조차 찾기 어렵다. 누가 내 꿈에 나왔는지, 그 사람들이 꿈에 왜 나온 것인지, 도통 생각이 나지를 않는다. 그러다 번득 생각이 난다고 해도, 도대체가 말이 안 된다. 꿈에서는 정말 그게 당연한 듯 보였는데 막상 잠에서 깨고 나서 생각해 보니 전혀 자연스럽지가 않다. 어디서부터 시작된 건지, 만났던 사람이 뭐라고 했는지, 다시 잠에 빠져 같은 꿈을 꾸고 싶단 생각마저 든다.
영화는 이처럼 매력적인 ‘꿈’을 미로라는 것을 이용해 잘 표현해냈다. 하지만, 한 가지 의문도 들었다. 왜 ‘꿈’을 미로처럼 표현해야 했을까? 책, 『그리스 신화, 그 영원한 드라마』에서 에딩거는 미로와 미노타우로스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서술하고 있다.

‘미노타우로스는 한 꾸러미의 실타래를 제공한 아리아드네라는 여성성의 도움을 받아 성공적으로 제거된다. 여기서 아리아드네의 실타래는 없어서는 안 될 길잡이인바, 우리는 그것을 감정의 실타래로 간주할 수 있다. 그것은 감정의 실타래를 유지하게 하여 무의식의 라비린토스(labyrinthus, 미로)에서 길을 잃지 않도록 방향을 제시해 주기 때문이다. …(중략)… 테세우스가 해결해야 할 라비린토스가 암시하는 바는 무의식에는 파괴적 측면이 도사리고 있다는 점이다. 즉 지속적으로 인간 제물을 공물로 요구하는, 그래서 의식적으로 대면하여 그 괴물을 정복해버릴 때까지 결코 멈추지 않을 견디기 어려운 어떤 상태가 내재되어 있다는 의미가 이 신화의 구체적 이미지에 함축되어 있다.’

영화를 보다 보면, 영화 전반에 위의 내용이 깔렸다. 우선 영화는, 여러 사람의 꿈을 공유하면서 각각 인물들의 무의식으로 들어간다. 무의식 속의 표적들과 만나면서 싸우기도 하고 만나려 했던 사람들을 우연히 만나기도 한다. 전체의 목적을 달성하도록, ‘미로’ 즉 꿈의 설계자 아리아드네는 이들을 단계별로 안내하며 어디로 이동해야 할 지 알려준다.

어쩌면, 아리아드네라는 실타래를 잡고 감독 무의식의 세계에 들어가 감독의 메시지라는 정보를 추출하여 칼럼이라는 산물을 만들어낼 수 있었는지도 모른다. 영화를 처음 봤을 땐, 이름 때문에 혹시 신화와 관련되어 있지 않을까 했고, 단순히 한 사람의 역할에만 극한 되어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기사를 위해 문헌을 찾고 알아 가면 알아갈수록 더욱 새로운 내용을 만나며 영화 전반적인 내용을 깔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할 여지가 생겼다.
인셉션은 기존의 흥미를 위한 SF 액션영화라는 편견을 떠나 신화를 바탕으로 우리에게 ‘생각’이라는 것을 할 수 있도록 돕는다. 하지만, 아무리 문헌을 찾아도, 한 가지 의문은 아직 풀리지 않았다. 과연 코브가 아이들을 만나는 영화의 마지막 장면은, 현실일까? 아니면 아직 꿈속일까? 판단은 여러분께 맡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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