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막 영어를 배우기 시작한 조카에게 영어 한마디를 했죠. “I'm going to see Croatia!"  “What? 구로아찌?” 하하하! 못 알아듣네요. 한글도 떼기 전의 다섯살박이 조카가 알아듣기엔 너무 어려웠나봅니다. 이럴 땐 손짓, 몸짓 그리고 쓰고 그리기가 최고죠. 종이위에 크로아티아를 그려줍니다. 왼쪽에 긴 장화모양의 이탈리아도 그려주고 오른 쪽에 그리스, 터키 등 유치원에서 배운 나라들을 표시해주니 이제 고개를 끄덕입니다. 정말 알고 끄덕이는 것인지 아주 거만하게 고개를 흔들어대는군요. 

학우여러분, 혹시 발칸유럽을 아시나요? 제 조카처럼 대충 그림을 그려주어야만 간신히 고개를 끄덕일 수 있는 정도인가요? 혹 죽음을 앞두고 한번쯤 눈에 그려지는 풍경 중 하나가 발칸유럽이라면 믿으실까요? 그럼 설마 우리 사이버외국어대학교에 발칸유럽동아리가 있다는 것조차 모르시는 분은 없으시겠죠?

발칸유럽 동아리를 창설한 정예숙 학우님의 이야기를 들어볼까요? “어제 추수 감사절날 '한아름'(한국의 하나로 같은 곳)에 장을 보러 갔는데 거기서 '파리의 연인'에 나온 돼지 저금통을 보게 되었어요. 처음에는 귀엽다는 생각에 만지작 만지작 하다 어느 순간, 내년 여름을 위해서 저금을 해야 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생각지도 않았던 귀엽고 작은 새끼 돼지 저금통이 생겼죠. 집에 와서는 기념으로 20불짜리 하나를 집어넣고 혼자 뿌듯해 하는 나 자신을 보며 한참을 웃었답니다. 머니 머니 해도 머니가 있어야 여행도 갈테니까요. 여러분! 새끼 돼지 한 마리씩 키워 보시고 싶지 않으신가요?” 지금은 새끼 돼지가 무럭 무럭 자라고 있을 정예숙 학우님의 말처럼 여행엔 준비가 필요합니다. 하지만 이 새끼 돼지 하나면 더 이상 준비할 것은 없죠. 마음의 준비가 99.9%이니 말이죠.

그럼 37명의 회원들이 그토록 자랑하는 발칸유럽! 김철민 교수님이 든든한 길잡이가 되어주는 발칸유럽 중 크로아티아에 다녀온 학우님의 생생한 이야기를 들어볼까요? “한마디로 표현하면 푸른 바다와 눈부신 하늘이 맞닿은 곳이예요. 제가 처음 여행을 간다고 했을 때 사람들은 모두 말렸어요. 세르비아-몬테네그로, 마케도니아, 크로아티아, 공산국가에 무모하고 잔인한 민족분쟁이 있었던, 아니 아직도 끝나지 않아 치안이 불안한 나라들로만 기억하는 거예요. 제가 이라크의 파병이라도 나가는 듯 사람들 모두 겁 없는 도전이라고 얘기했죠. 하지만 제가 가 본 그곳은 너무나 아름다운 곳이었어요.


아드리아해를 끼고 길게 자신의 몸체를 드러낸 크로아티아는 대중교통이 여기와 같지 않아요. 서유럽의 큰 도시같지도 않구요. 면적은 우리나라보다도 작다는데 축복받은 자연과 다양한 역사의 무늬로 어우러진 문화유산의 흔적들을 꼼꼼히 살펴보기에는 보름정도의 시간조차도 부족할 따름이죠.  여행전 반드시 가보기로 한 플리트비차국립공원을 축으로  UNESCO지정 문화유산을 꼭지점으로 하여 여정을 정비했어요. 듀부로브니크-스플리트-트로기르/솔린-플리트비차국립공원-자그레브....모두 아드리아해에 면해있는 UNESCO문화유산들이지요. 다니면서 돋을새김이 강해지는 것은...‘공산정부(옛 소련진영)하의 이들의 삶은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었어요. 너무나도 이질적인 것은 도무지 잔인한 민족분쟁이 있었다고는 믿겨지지 않는 아름다운 자연환경과 중세문화의 유적들이예요. 비록 종속과 굴종의 역사였지만 - 로마제국, 오토만제국, 징기즈칸, 합스브르크 왕가 , 독일, 영국, 프랑스 등 이곳을 모른 척 내버려두었던 패권국가들은 없다고 봐야하지요. 지리적인 이점으로 다져온 무역중심지로서, 주변 국가의 왕족, 귀족 및 부유한 계층의 거주지로서 층층이 남아있는 그 오랜 문명과 문화의 힘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었지요. 그래서였는지, 무서운 사람들이 없더라구요. 얼마 전 다녀왔던 프랑스처럼 노숙자나 거지가 없었던 것은 아닌데도 말이죠. 밤늦게까지 다녀도 치안엔 문제가 없는 듯 보였어요. 아님 제 얼굴이 무기가 되었던가요. 이렇게 아름다운 곳을 오가기가 어려워서인지, 성수기가 끝날 무렵이어서 그런 지, 동양인 여행자는 많이 보지 못했어요. 제가 만난 동양인은 손에 꼽을 정도 였구요. 하지만 뭐 크로아티아 사람들도 그 유명한 ‘Korea’를 알지는 못하는 것 같으니 피차일반인 것인가요?


우리는 같은 민족끼리, 이들은 다른 민족끼리 전쟁으로 자본적 역행을 겪어왔지만, 다시 일어서 눈부신 전진을 하고 있다는 것을 보면 참 닮은 점이 많은 나라죠. 아프리카보다도 멀게만 보이는 발칸반도에는 언제나 눈부신 태양이 푸른 바다를 지키고 있어요. 전 내년엔 마케도니아나 세르비아-몬테네그로 쪽을 꼭 돌아볼 생각이에요.”

학우여러분, 다음의 사항들이 궁금해지면 참지 마세요. 하나. 스카다르 호수가 왜 무섭다고 하나요? 또 하나. 그리스가 발칸반도에 속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그다음 하나. 세르비아 몬테네그로의 코토르만이 그렇게 아름다워요? 마지막 하나. 마케도니아는 어디에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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