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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비쿼터스 사회에서 누리는 강태공의 삶
2006년 02월 01일 (수) 일본어학부장 윤호숙 교수님 yhs@cufs.ac.kr

‘學而時習之면 不亦說乎아(배우고 때로 익히면 기쁘지 않겠는가)’

이 한자성어는 평생교육의 기본이념이기도 하지만 누구나 학창시절 국어시간이나 한문시간에 한번쯤은 접했을 것이다. 모두가 그랬듯 나 역시 그 시절 아무 생각 없이 그저 선생님을 따라 읽던 그 문구가 어느 순간 내게 큰 의미를 가지고 다가오기 시작했다. 남보다 이른 나이인 만 25세에 외대에서 시간강사를 시작했던 난 가르치면서 스스로 부족함을 느껴 결국 늦은 나이에 더 공부하고 싶은 마음을 떨쳐버리지 못해 무작정 일본 국비유학시험을 보고 합격하여 홀로 일본 유학을 떠났다. 일을 벌려놓고 떠나기 전까지 새로운 세계에 대한 불안으로 한동안 불면증에 시달리기까지 했지만 지금은 내 인생에 있어서 두 번의 학창생활을 경험할 수 있었던데 깊이 감사하고 있다.

미래에 대한 기대와 걱정, 그리고 내가 과연 잘해낼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이 늘 함께 했지만 지금 이 순간 그때의 선택이 옳았다고 생각한다. 우리 학우들도 10년, 20년, 아니 먼 훗날, 지금의 선택이 옳았고 지금의 시련이 보람과 함께 소중한 추억으로 남게 될 거라 믿는다.

유학시절 뒤늦은 공부로 육체적인 한계와 정신적인 고통이 따랐지만 새로 배우는 즐거움과 보람은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었다. 난생 처음으로 중고 자전거를 얻어 아무도 없는 공원으로 끌고 가서 밤늦도록 도와주는 이 없이 혼자 수없이 넘어지고 까지면서 달리게 되었을 때의 기쁨, 컴맹으로 일본에서 컴퓨터를 배우며 논문을 쓰게 되었을 때의 감동, 건강을 헤쳐 수영장 물을 엄청나게 마셔가며 일본 할아버지, 할머니들 어깨 너머로 수영을 배워 물을 가르게 되었을 때의 뿌듯함과 대견함, 새벽에 학교 문을 나서며 새벽달을 보면서 가슴 가득 새벽공기를 들이마셨을 때의 이루 말할 수 없는 충만감…….이 모든 기쁨을 그 어떤 보석이나 명품과 비교할 수 있으리…….

평소 예언자나 운명철학가의 말을 믿지 않았던 나는 일본유학 전 가까운 친지의 손에 이끌려 철학관을 가게 되었는데 ‘위대한 스승’이 될 거란 이야기를 들었다. 당시에는 코웃음을 치며 나왔지만 지금은 그 말이 내게 아주 큰 힘과 격려가 된다. 왜냐하면 우리 학교에는 너무나도 다양한 학우들이 모여 있어 정말로 배울 점이 많아 좋은 선생이 될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요즈음 내가 감동을 받는 글은 어느 유명한 소설이나 수필, 혹은 유명인사의 명문이 아니다. 매년 입학 때마다 수험생들이 지원서에 쓰는 자기 소개서이다. 우리학교 학우들은 정말 다양한 환경 속에서 다양하게 살아오다가 우리 학교에 모였다. 그래서 사연도 참 많고 정말 이제까지 내가 모르고 지냈던 어려움들도 많이 겪어 온 것 같다. 자기 소개서를 읽다보면 가슴 한 켠이 아려오며 뜨거운 무언가가 올라올 때가 많다. 수년간 시부모님 병수발 하면서 겨우 짬을 내어 입학한 학우, 먹고살기 힘들어 대학진학을 못하다 이제야 겨우 학업을 시작한 학우, 직장에서 대학 졸업장이 없어 능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당한 대우를 받지 못해 입학한 학우, 경제적으로 빠듯하지만 정말 배움에 목말라 뒤늦게 들어온 학우…….그러나 모든 학우들이 이런 역경을 넘어 한곳에 모였고 입학 후 학창생활을 하면서 시간과 경제적으로 빠듯하지만 기쁨과 보람을 느끼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난 선생으로서 많은 격려와 보람, 그리고 힘을 얻는다.

살면서 우리는 아직도 넘어야 할 장애물이 많다. 나 역시 오늘 이 자리에 서기까지 수많은 역경을 넘어야 했다. 지금도 학교를 계속 다녀야 할지 고민하고 회의하는 학우들이 있을 거라 생각한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하게 약속할 수 있는 것은 이 모든 과정을 잘 극복한 사람만이 삶의 진정한 가치를 알게 될 거란 것이다. 돈이 많아서, 배경이 좋아서 쉽게 살아갈 수 있는 인생도 있겠지만 그런 인생엔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 허나 역경과 시련을 극복하면서 자신이 성장하게 될 때 보람과 기쁨을 느낄 수 있고 그런 사람만이 다른 사람이 힘들어 할 때 자신 있게 도움의 손길을 내밀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나 역시 일본유학생활 중 너무 힘들고 외로워서 중도에 포기하고픈 유혹을 많이 받았지만 나를 사랑하고 아껴 주는 주위 사람들의 사랑으로 잘 이겨냈고 지금은 그날이 그리워질 때가 있다. 그리고 그 힘든 과정을 잘 넘겼기에 여러분을 만나는 행운을 얻을 수 있었으며 그래서 지금은 감사하고 있다. 우리 학우 중 인쇄업에 종사하고 있는 학우가 있는데 항상 손끝이 새까매서 난 그의 두툼한 손을 잡을 때마다 삶의 무게를 느끼곤 한다. 그리고 지치고 힘들 때마다 그 학우의 글을 꺼내보곤 한다. ‘오늘은 유성근처에 A/S가 걸려서 기계 수리를 위해 유성에 다녀왔습니다. 오는 길에 02로 시작되는 전화가 왔고, 또 어디선가 결제해달라는 전화인가 생각하고 전화를 받았습니다.

"나~! 학부장인데......." "예!! 안녕하십니까?!"

1학기동안에는 뒤늦게나마 학부장님을 매주 뵐 수 있었는데, 한 달여 동안 서울에 올라갈 수가 없어서 찾아뵙지도 못하고, 다른 분들은 학부장님과 통화했다는 얘기를 들을 때 조금의 서운함도 느꼈는데……. 오늘 드디어 저도 학부장님께 전화를 받았습니다. 학부장님의 목소리를 듣고, 대전에 오셨는데 어딘가 하고 물으시려나, 하는 걱정도 있었는데 공부 열심히 해 주어서 감사하다는 말씀으로 시작하셨고, 제 사정에 맞게 도움도 주시고……,제가 감사합니다. 오늘 학부장님께서 전화주신 후에 기분이 무지 좋아졌습니다. 물론 여기는 그냥 지나가신 것이 조금 서운합니다만....... 그래도 조금 있으면 또 올라가서 뵐 수 있으니까…….2학기 개강준비와 그에 맞추어서 교재준비하시고 또 학생들에게 전화하시고, 많이 힘드시리라 생각됩니다. 오늘 내리는 비가 모든 이에게 단비가 될 수는 없지만, 학부장님께는 단비가 되어 빗물 떨어지는 창을 보며 차 한 잔의 여유를 느끼실 수 있기를 기원합니다.’내 전화 한 통화로 누군가 이렇게 행복해 했다니 나 역시 너무나 행복하고 늘 적극적으로 열심히 살고 있는 학우들을 보는 게 나의 즐거움이며 좀 더 부지런하게 뛰어서 많은 학우들과 자주 이야기를 나눌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다고 자성하며 다짐해 본다.

중국의 저 유명한 명재상 강태공은 허구 헌 날 강가에 앉아 낚싯대를 드리우고 세월을 낚다가 80이란 나이 언저리에 일국의 재상에 올랐다는데 강태공도 요즘으로 말하자면 일류대학을 나와서 고시에 합격하여 등용된 정통 엘리트가 아니라 그 스스로 낚시를 통해 세월을 낚으면서 스스로 생활 속에서 터득한 지혜를 바탕으로 백성을 이끈 사람이다. 우리 학우들 가운데도 남들보다 늦게 대학에 들어와 직장과 가정생활을 병행하면서 일반 오프라인 대학이 아니라서 겪게 될 어려움과 회의 또한 많을 것이다. 그러나 강태공의 예를 보더라도 남보다 앞서가는 게 반드시 성공이 아니며 뒤처지는 게 반드시 실패라고 단정 지을 수는 없고, 반드시 오프라인 대학에서만 양질의 교육적 성과가 나온다고 단정 할 수 없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나 역시 늦은 나이에 시작해서 해 냈기 때문에 여러분도 해낼 수 있으리라고 믿으며 그래서 여러분의 길안내 역을 끝까지 할 것이다. 바야흐로 우리가 사는 사회는 지금 유비쿼터스 첨단 사회로 급격하게 탈바꿈하고 있다. 가정에서, 직장에서, 학교에서 IT 기술을 응용한 다양한 세상이 우리 앞에 다가와 있다. 미국 스텐포드 대학에선 몇 년 전부터 자기 학교의 강의 내용을 사이버 상에 올려 세계 각국 학생 및 연구자들에게 제공하기 시작했다. 일본의 유명 대학도 이런 시도를 추진하고 있다. 바야흐로 교육 현장에서 제한된 교실의 한정된 캠퍼스라는 공간적인 한계를 뛰어넘는 교육이 전개되기 시작하는 게 세계적인 추세인 듯하다. 이게 다름 아닌 사이버 강의의 의미인 것이다. 몇 년 안에 이러한 움직임이 각국 교육 현장에서 폭발적으로 증가하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곧 지금의 오프라인 대학들이 사이버대학으로의 전환을 모색하게 될 시기도 멀지 않았다는 점을 시사 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며 여러분은 그 선봉에 서서 남보다 한발 앞선 인생을 사는 것이므로 자긍심을 가져도 된다고 생각한다.

이 글을 마무리 지으면 늘 그랬듯 난 새벽공기를 마시며 산을 오를 것이다. 그리곤 산에서 울려 퍼지는 트럼펫 소리를 들으며 하루를 열 것이다. 산 위에서 등산객들을 위해 음료수나 컵라면을 팔며 사는 트럼펫 연주자는 늘 올드 팝송이나 70,80 세대의 노래를 연주하는데 밤새 일하고 새벽달을 보며 산을 오를 때 들려오는 트럼펫 소리는 하루를 열심히 살고 난 뒤 보상을 받는 기분이다. 열심히 일하고 땀 흘린 자만이 잠깐의 휴식이 주는 참맛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열심히 일하고 와서 밤늦도록 공부하는 여러분에게도 이다음에 아주 좋은 결과가 기다리고 있을 거라고 난 확신한다.

나도 내일은 영어학부에 다시 복학해서 내 어릴 적 꿈이던 세계 일주를 위해 영어공부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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