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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버외국어대학교 2년, 나는 어떻게 살아남았는가?
2006년 02월 01일 (수) 박복진 편집장 korimex@korea.com


이제 곧 새 학기가 시작됩니다. 자랑스러운 사이버외국어대학교의 개교와 더불어 제1기 ‘04 학번의 입학식을 알리는 현수막이 이문동 캠퍼스 교문에 내걸린 지가 바로 지난 주 같은데 벌써 세 번째의 새내기인 ’06학번의 노란 병아리 재잘거림이 교정에 가득합니다. 제1기 입학생이라는 자부심과 함께 눈 덮인 광야를 앞서 달려가는 선구자적 역할을 자임하며 어깨를 들고 다녔던 나의 지나간 네 학기의 하루, 하루들에게 아쉬움이 많이 묻어 있습니다.

이제 딱 절반 왔습니다. 4년의 긴 여정을 거쳐 졸업이라는 영광의 마지막
완주선의 중간에 와 있는 사이버외국어대학교 제 1 기 ‘04학번의 입장에서 보는 나의 사이버외국어대학교 생활 2년, 나는 어떻게 살아남았을까요?
 

- 선택과 집중, 무서운 자기몰입이 필요했었습니다.

거의 대부분의 사이버외국어대학교 학우들은 생업과 학업을 동시에 짊어지고 하루, 하루를 보내고 있습니다. 자칫하면 생업이 소홀해 질 수 있고 또 같은 이유로 학업이 소홀해 질 수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학업과 생업이 뒤섞이어 어느 한 쪽도 명확하니 그 결과가 성취되지 못 할 수도 있습니다. 여기에서 저는 혜안이 필요했습니다. 지금 이 시간이 생업을 위한 시간인지 학업을 위한 시간인지 냉혹한 판단이 필요했습니다. 그리고 그 판단에 충실해서 적어도 그 시간, 그 장소에서만은 폭우뇌성이 천지를 뒤흔들어도 선택된 한 가지에 무서운 자기 집중을 쏟아 부었습니다. 매일, 매일의 강의 시간이 다가오면 강의 이외 그 어느 것도 제 안중에는 없었습니다. 학기 중 시험 일자가 다가오면 책을 싸들고 도서관으로 향했습니다. 그러면 저는 절해고도에 홀로 내려진 외계인이 되었습니다. 제 앞에 펼쳐진 책 말고 저를 붙잡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강의록 복사본은 내 팔목에 찬 손목시계처럼 언제나 내 가방 속, 내 손 뻗침 안에서 내 눈의 부름을 대기하고 있었습니다. 지하철을 이용 이동 중, 보던 책의 책장이 미처 다 넘어가지 않았으면 주저 없이 목적지 전철 정거장을 더 지나가며 읽기를 마치고 다시 되돌아 온 적도 있었습니다.


- 일 분 일 초도 아까워했습니다.

시간은 언제나 나를 피해 달아나는, 마치 같은 극끼리 만나는 건전지와도 같았습니다. 시간은 가만히 있어도 나에게 다가오는 친구가 아니었습니다. 죽어라! 하고 내가 쫒아가서 잡아야 겨우 마지못해 잡혀주는 얄궂은 럭비 공 같은 존재이었습니다. 취침시간을 늦췄습니다. 새벽잠을 더 줄였습니다. 이동하는 전철 안, 졸음이 쏟아지면 의자에서 일어나 서서, 보던 강의록을 다시 펼쳤습니다. 피치 못할 집안 대소사 참석을 위한 지방으로의 이동은 이동 중 교통수단에 따라 더 좋은, 더 많은 공부시간을 제공하기도 합니다. 주저 없이 차를 놓고 대중교통수단을 이용했습니다.
내 생활에서의 편리함보다는 어느 방법이 저에게 더 많은 공부시간을 줄 수 있는지 이 생각 말고는 나의 생활패턴을 결정지어주는 게 없었습니다. 시간, 시간, 내가 책을 볼 수 있는 시간, 나에게는 산소와도 같이 귀중한 이 시간. 나는 끊임없이 자아최면을 걸어 시간만을 향해 오래된 어항속의 금붕어처럼 입을 뻐금거렸습니다.


- 지치면 더 지치게 했습니다.

입학식 때 여기저기에서 들려오던 격려의 말씀 중 제일 많이 들을 수 있었던 것이 “자기와의 싸움” 이라는 표현이었습니다. 학기 중 이 말의 뜻을 그토록 절감한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었습니다. 아무도 등을 미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아무도 앞에서 노려보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더 더욱 힘이 들었고, 제일 손쉬운 휴학의 유혹이 눈앞에서 널름대었습니다. 그러면 나는 죽비를 들어 내 종아리를 내가 쳤습니다. 운동화 끈을 조이고 캄캄한 한밤중 한강변으로 나가 마라톤을 했습니다. 지쳐서 숨이 턱까지 차오를 때 까지 뛰었습니다. 내 몸 안에 단 한 개의 열정이라는 이름의 세포가 남아 있는지 다시 확인해 보았습니다. 그리고 그 세포에 다시 불을 붙이고서 노트북을 열어 내 몸을 책상 앞에 앉히었습니다. 그리하면 몸은 극도의 피로로 쓰러지기 일보 직전이었지만 정신은 더 명징하니 밝아오던 말 못할 황홀함을 맛보았습니다. 운 좋게도 그 순간의 쾌감을 나는 알았기에 감춰놓은 꿀단지 곁을 서성이는 악동처럼 나는 지치면 더 지치게 나를 다시 또 그 자리에 몰아 부칠 수 있었습니다. 육체의 편안함. 이런 단어는 나에게는 너무나도 거리가 먼 사치의 네 학기였습니다.


- 과정만이 있었습니다.

나에게 결과는 없었습니다. 처연하게도 세월이 가져다 준 달갑지 않은 선물인, 잃어버린 기억력은 복원되지 않고 하루, 하루 아니, 한 달 한 달 내 뇌 세포의 기억력은 자꾸만 더 떨어져 나갔습니다. 금방 들여다 본 문장은 어쩐 일인지 생면부지의 고대 고분 속 낙서처럼 낯설기만 했습니다. 그래서 받아 쥔 성적표에는 제가 바라던 결과가 나오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그건 상관이 안 되었습니다. 거기까지 도달하려한 나의 노력만으로 나는 나를 평가했습니다. 성공은 어디까지 갔느냐 하는 그 목적지가 중요한 게 아니라 그곳에 가기까지의 어떤 과정을 거치었느냐는 그 과정이 더 중요하다는 믿음을 가지고 또 분연히 다음 학기를 맞았습니다.


- 이 모든 게 무지개 같은 내 삶의 한 부분이었습니다.

매 학기 결과에 대한 실망은 하면서도 절망은 하지 않았습니다. 따야 할 학점은 요원한 듯 보였지만 겁은 내지 않았습니다. 차근차근, 내 고향 전주 들녘에서 긴 봄날 쟁기질하던 찌락소처럼 뒤 걸음질만은 결단코 치지 않았습니다.
느리지만 앞으로, 앞으로 멈춤 없이 나아갔습니다. 먼 앞을 보지는 않았지만 바로 발 앞의 한 걸음 한 걸음은 쉬지 않고 헤고 있었습니다. 이렇게 해서 저는 오늘 목적지의 절반에 이르렀습니다. 지나간 네 학기는 저의 삶의 무지개입니다. 보냈던 매 순간이 저에게는 너무도 소중한 추억입니다. 그리고 앞으로의 또 다른 네 학기도 아름다운 저만의 무지개를 만들어 줄 것입니다. 느리지만 멈추지 않고 우직하니 앞을 보고 나아가는 찌락소의 고집으로 저는 남은 절반의 학기를 또 채워 나갈 것입니다. 자랑스러운 사이버외국어대학교에서 살아남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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