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출입 기자가 대통령과 면담 하는 장면을 많이 보아 온 기자는 항상 TV를 끄며 혼잣말처럼 되뇌였었다. 저건 기자가 하는 면담이 아니다. 미리 작성된 원고를 가지고 가서 짜고 물어보는, 초등학교 재학생 대표가 언니 오빠 졸업생에게 들려주는 답사만도 못하다.

사이버 외대 재학생 혹은 같은 캠퍼스 생활을 하고 있는 동료 교수님이나 임직원이 가지고 있는 신임 학장님에 대한 궁금증은 무엇일까? 나는 이것을 물어야만 했다.그래서 도식적인 질문은 몽땅 생략하고 내가 여쭙고 싶은 문항만을 적어 가지고 학교에 갔다. 물론 질문지를 사전에 학장님 실에 제출해야 하지 않겠느냐는 의견을 무시한 채…

면담 약속은 약 열흘 전에 잡혔지만 학장님 비서실에서 재확인 전화가 없어 매우 고마웠다. 학장님은 제자가 약속을 지킬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계신 게 분명했다. 시간 맞춰서 오실거지요? 라든가 장소는 알고 계세요? 라는 식의 불필요한 친절을 우리는 얼마나 많이 받고 사는가? 사이버외국어대학교 학생은 약속에 충분히 시간을 맞춰서 갈 수 있고 장소도 자력으로 충분히 찾을 수 있으며 만일 돌발 상황이 발발되면 무슨 수를 써서든지 혼자서 이를 극복 할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을 학장님은 가지고 계심이 분명하다.
영하 8도. 3월 한파를 뚫고 거의 2시간에 걸쳐 BMW를 이용(Bus, Metro, Walking)정확하게 오후 3시 학장님 실에 들어섰다. 셔츠 칼라 끝에 단추가 달린 가는 줄무늬 정장 와이셔츠. 그런데 맨 위 단추는 열려져 있었고 넥타이는 좌우로 한 움직임만큼 풀어져 있었다. 탁자 모서리에 올려져 있는 다 마신 커피 종이컵은 상단부가 손가락으로 짓눌려 있었다. 방금 전 한바탕 결전을 치루고 전화기를 탕 ! 놓은 것 같은 모습이다. 방금 이곳에서 학교 예산문제를 가지고 격렬한 논의가 있었을까? 콘텐츠를 개발하는 외주 업체를 불러 이것밖에 할 수 없느냐고 심한 질책의 폭풍을 날린 흔적일까? 학장님은 안나푸르나를 등정하셨다고 하셨다. 더 일러 무엇을 할 것인가? 무박 4일 울트라 마라톤으로 한반도를 횡단한 경험이 있는 기자지만 학장님은 한 수 위이셨다. 열악한 환경의 극복, 모험 의식, 창조 정신, 진취적 기상 등등 CUFS인에 대한 바람이 이어졌다. 온라인 학교지만 효율적 예산 집행에 의한 온라인 오프라인 교육의 균형을 말씀하셨다. 교육의 사회적 책무로 소외계층에 대한 더 많은 관심을 피력하셨다. 지방의 거점 도시를 설정, 점차적으로 오프라인 수업을 확대할 구상을 갖고 계신다는 말씀도 하셨다. 또 사이버외국어대학교의 이념으로 진리, 평화, 창조라는 외대의 전통을 이어가겠다고 말씀하셨다. SK와의 보다 긴밀한 관계를 정립, 학교와 기업의 사회적 역할에 대한 창조적 고민을 더 해 보시겠다는 말씀도 하셨다. 말씀 내내 학장님의 몸은 앞으로 내어 밀어진 자세이다. 두 손의 제스처가 끊임이 없이 이어지셨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대학교 학장님의 정형으로 근엄하니 가죽 소파에 앉아 등을 뒤로 기대고서 큰 움직임 없이 가만 가만 말씀 하시는 모습을 상상하고 있을까? 이 점에서 지금 바로 기자 앞의 최 영 학장님은 아니었다. 열정, 그리고 또 열정으로 똘똘 뭉치신 모습이다. 오늘 아침도 출근을 위해 정장을 차리시고 댁을 나오셨을 것이다. 그런데 어느 순간 업무에 돌입하시면서 와이셔츠 위 단추를 푸시고 넥타이 묶음을 움켜잡아 좌, 우로 한 번씩 비틀어 매듭을 느슨하게 하시었을 것이다. 일을 바로 해 보시려고……. 일을 더 멋있게 해 보시려고…….그리고 가능하면 더 빨리 해 보시려고……. 아니 어쩌면 서두름은 없으셨을 지도 모른다.










교육은 이윤이 목적이 아니고 영리 차원이 아니니 조급함은 오히려 일을 그르칠 수도 있다는 소회를 피력하셨다. 그런 모습에서 기자는 존경하는 학장님 앞에 사나이라는 수식어를 붙이고 싶다. 사나이 최 영 학장님. 이 나이가 되면 적어도 나 정도는 되어보라! 라는 자신감도 엿보인다. 10년 후 우리 사이버 외대의 위상을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물으니, 막힘없이 말씀하신다. 사이버외국어대학교의 독립된 캠퍼스 설립과 이전. 어쩌면 재학생 모두가 동감할 이 목표는 학장님 혼자의 목표가 아닌 우리 모두의 목표일 것이 분명하다. 힘을 합쳐보자! 안될 게 무엇인가? 또 되지 말라는 법도 없잖은가? 정확히 10년 후의 이 목표를 향해 우리는 어떻게 얼마만큼 계속해서 정진해 왔는가를 꼭 물어야 한다. 학교나 학생이나, 재학생이나 졸업생이나…….

1남 1녀의 가장. 사이버외국어대학교 전 재학생, 교수진, 임직원의 수장. 이제 막 인수받은 제2기 학장이라는 타이틀. 얼마나 하실 일이 많으실 건가? 그래서 그런가? 학장실의 책장 맨 위 칸은 아직 아무것으로도 채워지지 않고 비어 있었다. 학장님이 의자에서 일어나 바로 책을 뽑으실 가장 좋은 위치의 칸이 비어있다. 너무나도 많은 열정으로 바로 제일 우선순위의 칸이 아직 정해지지 않은 것일까? 아니면 방금 기자가 본 학장님의 이런 열정으로 보면 모든 게 우선순위 제 1번이라는 뜻인가?

학교에 대해서, 재학생의 장래 위상에 대해서 묻고 또 묻고 싶은 사항이 머리에 가득했지만 기자와의 면담 약속 시간이 벌써 15분이 지났다. 기자가 들어오면서 바로 감지했던 점 한 가지는 빠뜨리기가 싫었다. 학장님, 죄송하지만 저기 저 93.1(클래식 음악방송)은 출근하시면 항상 들으십니까? 대답 역시 ‘그렇다’다. 사나이 최 영 학장님. 안나푸르나를 등정하신 산을 좋아하시는 분, 그 분 곁에는 항상 클래식의 선율이 있다. 소위 문무 겸비는 이를 이름이 아니런가?

존경하는 신임 최 영 학장님,
학장님은 좋아하는 여학생을 따라 갔다가 야간 학교 강사도 하게 되셨다고 했지요. 그래서 말씀 중에 유난히 소외 계층의 교육 기회 균등을 말씀하셨지요. 우리 사이버외국어대학교 재학생 중에는 그보다 더 열악한 환경에서 더 빠듯한 직장일 속에서 두 눈알이 빠져 나가는 피로감을 누르며 오늘도 늦은 밤, 아니면 이른 신새벽 컴퓨터를 켜고서 강의록을 펼치고 있는 재학생이 많이 있습니다. 좀 더 많은 혜택이 이루어지도록, 그래서 이런 재학생의 학구열에 꺼지지 않는 불쏘시개가 되도록 거대 사이버외국어대학교 선단의 CEO 역할을 기대하겠습니다.

존경하는 신임 최 영 학장님,
재학생 모두의 이름으로 학장님의 건승을 빌어드립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