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여 계속되던 가을 가뭄이 어제부터 내린 비로 해갈되던 10월 말 월요일 오후 3시.

학교의 대외협력처장으로 임명되신 존경하는 윤호숙 교수님과의 면담을 위해 미네르바 학보 기자 둘이서 대외협력처장님을 찾았다. 일본 유학으로 단련된 교수님의 몸과 머리에는 어떤 생각이 들어 있을까? 결론은 기자가 줄 수 있는 최대의 찬사, 존경하는 교수님은 당차시다는 것, 교수님의 책상 오른쪽 벽에 걸려 있는 휘호, 만사여의(萬事如意)가 웅변적으로 답을 주고 있었다. “세상사 모든 것 마음먹기에 달렸다, 안될 게 뭐 있겠어, 안 그래?”

Q: 안녕하세요. 윤호숙 교수님께서는 이번에 사이버외국어대학교 제1처장인 대외협력처장에 임명되셨다고 들었습니다. 늦었지만 축하드립니다. 학생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윤처장: 우선 이렇게 우리 학생들에게 지면으로나마 인사를 할 수 있는 기회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우리 사이버외국어대학교는 개교 3년차로 이제 막 기초 작업이 끝나고 체제 정비를 위한 단계로 들어가려고 하고 있습니다. 1월경으로 예정되어 있는 교육인적자원부의 전국 원격대학종합평가를 기해 학교에서는 학사, 행정, 시스템․설비, 콘텐츠 등 모든 분야를 재정비하고 있습니다. 후발주자인(전국17개 사이버대학교 중 마지막으로 개교) 우리 학교는 여러 면에서 다른 사이버대학에 비해 불리한 여건이지만 콘텐츠와 시스템에 있어서는 상당히 좋은 평가를 받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커리큘럼 상의 콘텐츠가 학부별로 거의 다 완성되어 가고 있고 시스템도 초창기에 비해 많이 안정화되어 가고 있습니다.

특히 개교 시부터 최우선적인 과제로 진행시켰던 부분이 양질의 콘텐츠를 만드는 것이었는데 이는 강의의 질을 무엇보다 중요시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강의담당자인 교수진을 최고로 구성했으며 강의를 보조하고 있는 튜터와 직원도 최고의 분들을 섭외해 자타가 공인하는 최고의 퀄리티를 자랑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는 교육인적자원부 산하 교육학술진흥원(KERIS)이 주관하는 콘텐츠 사업에서도 그 가치를 인정받고 있습니다.

콘텐츠와 교수진, 강의운영시스템 등 교육환경 다음으로 학교에서 중요시하고 있는 것이 학생들의 복지제도인데 대표적으로 기존의 장학금 외에도 더 많은 학생들에게 장학금 혜택이 돌아갈 수 있도록 저소득층 대상 장학금 신설, 성적장학금의 확대, 총학생회 임원 및 각 학부대표 장학금 지급 등 장학금 수혜 인원의 점차적 확대 안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콘텐츠가 보다 안정적으로 자리를 잡으면 업그레이드 비용 외에 콘텐츠에 들어갔던 비용을 어느 정도 장학금 지급이나 학생복지 쪽으로 돌릴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이밖에도 외부장학금 유치 등의 방안도 모색하고 있는데 그 결과 2007년부터 우리은행에서 장학금을 받기로 예정되어 있습니다.

Q: 지난 호 미네르바의 특집기사인 지방에 거주하는 학생에 대한 학교 측의 입장을 보다 자세히 듣고 싶습니다.

윤처장: 지방 거주 학생에 대해서는 개교 당시부터 늘 관심을 가져 왔던 부분입니다. 현재 지방 거주 학우의 구성 비율이 약 20% 정도로 여전히 분포율이 낮은 편이지만 앞으로 지방학우가 더 늘어 날 것이며 이를 대비해 학교차원에서도 지방거주 학생에 대한 배려를 다각도로 모색하고 있습니다.

제가 학생지원처를 담당하고 있어서 학교를 대표해 본인이 맡고 있는 일본어 학부에서 시범적으로 2004년과 2005년에 영호남 지방특강을 총 3차례에 걸쳐 추진한 바 있었는데 참여 학생 중 지방학우가 10여명에 불과해 지속적으로 실행하지 못했습니다.

또 다른 방법으로 2005년에 각 학부의 신청을 받아 영어학부가 4차례, 일본어학부가 3차례 실시간 화상강의도 추진한 바 있습니다만 이 역시 참가인원이 10명 안팎이어서 중단되고 말았습니다. 물론 학생들은 최소한의 인원이라도 다 해 주기를 원하겠지만 학교측도 어떤 일을 추진하는데 있어서 우선순위를 무시할 수 없었습니다. 더군다나 신설된 학교인 만큼 초반에 투자할 것이 많아 그런 부분이 더욱 강하게 작용했습니다. 보다 많은 학생들에게 더 넓은 기회를 제공하고자 함도 큰 이유 중의 하나가 되었습니다.

그러나 학교도 점차 안정화되어 가면서 단계적으로 지방학우들에게 혜택이 돌아갈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조만간 학교 연합 오프수업을 지방에서 할 계획을 가지고 있으며, 그 다음으로, 기존의 오프수업을 모두 동영상화하기는 여러 가지 어려움이 따라 우선적으로 유명인사의 특강을 기획해 동영상으로 지방학우들도 공유할 수 있도록 추진하고자 합니다. 현재로서는 총장님의 특강을 가까운 시일 내에 추진할 계획입니다.

이밖에도 각 지역의 관공서와 연대해 학생들이 지역주민을 위해 전공 외국어나 글쓰기, 컴퓨터 등을 가르치는 봉사활동을 하는 대신에 스터디나 모임을 할 수 있는 장소를 제공받고 학교에서는 다양한 지원(컴퓨터 및 강사료 등)과 봉사점수(학점)를 부여하는 사회봉사활동제도를 마련하여 현재 시범적으로 경기도 구청과 추진 중에 있습니다. 학생들이 희망하면 바로 실행할 수 있을 겁니다. 앞으로 총학이 구성되면 학교와 함께 보다 더 좋은 지방 활성화 계획이 추가적으로 나올 거라 생각합니다. 지방학우도 모두 같은 자식인데 곁에 두고 못 챙겨주는 부모의 심정이라 늘 미안한 마음뿐입니다.

Q: 지방학우를 위한 노력이 밖으로 드러나지는 않았지만 이미 이루어지고 있었네요. 이제는 지방에서도 지방이라는 벽을 느끼지 않을 때가 머지않은 것 같습니다. 수도권에서는 오프라인 수업에 관한 문제로 의견이 분분합니다. 여기에 대한 학교 측의 입장은 ....

윤처장: 처음에 오프라인 수업을 병행하게 된 취지는 학교수업의 보충이지 또 다른 내용의 수업진행이 아니란 것을 미리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특히 우리대학은 외국어를 특성화시킨 대학교입니다. 그러나 온라인대학의 단점인 말할 기회가 부족하다는 것이 문제였고 본인 역시 외국어를 전문으로 한 사람으로서 말하기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오프라인 수업을 강조해 왔습니다. 하지만 앞서 말씀드린 바대로 오프라인 수업은 온라인상으로 부족한 부분을 보충하는 것이 가장 큰 목적입니다. 그러한 부분을 잘 이해해서 온,오프 양쪽의 장점을 효과적으로 잘 활용해 큰 학습효과를 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우리 학교는 학생들 간의 수준 차이가 상당합니다. 오프라인 수업을 전후해서 학생들 간의 레벨별 스터디 활동도 활성화시키고 외대에서 가장 자랑하는 시청각 시설과 도서관을 이용해 학습향상에 도움을 받기를 바랍니다. 대학교는 모든 지식을 하나하나 떠 먹여주는 식의 주입식 교육을 하는 곳이 아닙니다. 그건 어느 대학이나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학교가 길잡이 역할을 해 주면 학생 스스로 한 단계 더 나아가 공부를 해야 합니다. 그러므로 학교에 와서 도서관도 이용하고 학우들과 함께 공부도 하며 교분을 쌓고 교수님과 만나서 수업도 하고 대화도 나누는 그런 장으로써 오프수업을 활용했으면 합니다. 여러분이 간과해선 안 될 부분이 저희 대학교는 사이버 상에서 모든 학습이 이루어지는 사이버대학교이며 온라인만으로도 100%의 만족을 줄 수 있는 학습이 이루어져야 하고 이것이 앞으로 우리학교가 지향해야 할 최종목표이기도 합니다. 물론 오프라인 수업도 지금보다 더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다양한 방법을 고민해야겠지요. 오프라인 수업에서도 채울 수 없는 부족한 2%는 스터디가 그 역할을 대신해 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스터디는 오프라인 수업에서 나타나는 지역적인 문제를 무엇보다 잘 보완해 줄 수 있고 초급부터 고급까지의 모든 수준을 아우를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그래서 학교에서도 스터디를 적극 지원하려고 합니다. 그렇게 되면 지방학우들도 학교의 지원 혜택뿐만 아니라 학우들 간의 모임을 통해 학창생활의 의미와 보람을 느낄 수 있을 겁니다. 단 이 모든 계획은 여러분의 적극적인 참여 없이는 무리겠지요.

Q: 그렇다면 스터디가 앞으로 학생들 사이에서 더 활성화 될 것 같은데요. 지금 현재 진행되고 있는 스터디와 스터디그룹에 대한 바램은.....

윤처장: 현재 스터디(동아리 포함)는 공식적으로 영어학부 7개, 중국어학부 4개, 일본어학부 10개, 경영학부 2개입니다. 앞으로 이 스터디그룹이 더 발전해 가능하면 각종 지역봉사에도 기여를 했으면 하는 바람이며 학교에서도 이를 적극 지원할 방안을 추진 중에 있습니다.

Q: 현재 학교에서 새로이 구상하고 있는 것들에는 어떤 것이 있는지 궁금해 하는 학생들을 위해.....

윤처장: 내년 2007학년도에 한국어학부를 개설합니다. 재학생과 외부인을 대상으로 서베이한 결과 한국어학부에 대한 요구가 가장 높았는데 외국에서도 문의가 많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또한 향후 사이버외국어대학교 대학원도 구상 중에 있으며, 현재 매년 현지대학의 어학연수를 통해 외국어실력을 향상시키고 있는데 앞으로는 외국 대학과 학점교류나 자매교류를 통해 2+2교육시스템도 고려중에 있습니다. 지방학생들을 위해서는 장기적으로 지방소재대학과의 학점교류나 지역학습관도 마련할 생각입니다. 우리는 정말로 할 일이 많습니다. 이 시대가 바로 유비쿼터스 사회니까요...학교와 학생이 하나가 되어 믿음을 가지고 함께 노력하면 머지않아 우리대학은 반드시 최고의 자리에 오를 것이며 여러분은 남들보다 한발 앞선 시대를 살 수 있을 거라고 확신합니다.

Q: 이 기회에 전체적으로 학생들에 대한 바람이 있다면....

윤처장: 오프라인 수업을 비롯해 학교행사에 참가하는 인원이 전체 인원의 10% 정도이고 아주 많아야 20% 정도에 불과합니다. 어떤 조직이든 마찬가지일거라고 생각합니다만 참여인원이 적으면 일을 실행하는데 있어 우선순위에서 밀리게 됩니다. 여러분이 진정으로 학교에 무엇을 원한다면 적극 참여하여 비판하기보다는 발전적인 안을 가지고 대화해 주기를 바랍니다. 학생들의 진심어린 요구가 있다면 학교는 얼마든지 수용하여 적극 실행할 생각입니다.

또 하나, 우리학교는 4년제 정규대학입니다. 간혹 학원으로 착각하여 무리한 요구들을 하거나 학교생활을 스스로 익히려 하지 않고 학교에서 다 해 주기를 바랍니다. 출석미달과 시험을 응시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과도하게 학점을 요구하거나 학교에 확인도 하지 않고 학교를 비난하는 등의 행위는 학교관계자들을 당혹케 함은 물론이고 여러분 스스로 학교의 질을 낮추는 결과를 초래해 부메랑이 되어 여러분에게 되돌아갑니다.

학교행사를 비롯해 모든 의사결정은 학생들의 의견을 학부를 통해 취합한 뒤에 학부장들이 중심인 교무회의에서 이루어지는데 여러분이 오해를 하는 경우가 있어 안타까울 때가 많습니다. 간혹 온라인상으로 의견을 취합하다 보니 시간이 오래 걸리는 바람에 적절한 시기를 놓쳐 행사나 계획이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못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또한 개교한지 3년밖에 되지 않았기 때문에 시행착오를 겪고 있는 시기라 미숙한 점도 아직 많을 거라 생각합니다. 여러분의 애정 어린 마음과 의견만이 학교발전에 도움이 됩니다.

외대도 외국어전문 대학이라는 명성을 쌓는데 상당한 시간이 걸렸습니다. 내실을 기해 사회 각 분야에서 여러분이 활약을 한다면 학교는 머지않아 명문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겁니다. 이제 총학구성도 얼마 남지 않았고 이번 체육대회를 대신한 산행은 개교 이래 처음으로 학생들이 주관하게 되었습니다. 앞으로도 학교는 학생들의 행사에 아낌없는 지원을 해 줄 것입니다. 우리대학은 외대의 이름을 내걸고 만든 대학교입니다. 어디에 내놓아도 밀리지 않는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최대한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그러나 여러분이 취득한 졸업장이 빛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여러분들의 몫입니다. 좋은 학생이 좋은 학교를 만듭니다. 좋은 학생이란 공부를 잘하는 학생만을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학교에 대한 열정과 애정이 있는 학생들이 학교가 발전하는데 큰 몫을 합니다. 지금의 한국외대는 학교가 만든 게 아닙니다. 학생들이 졸업해 사회 각 분야에서 활약해 만들어진 전통입니다. 훗날 사외대의 미래도 외대에 뒤지지 않을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곧 대학종합평가가 있어 전 교직원이 불철주야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다소 불편함이 있더라도 널리 양해해 주길 바랍니다. 아직은 완벽한 학습 환경 내에서 100% 만족스럽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모든 것이 하나하나 나아져 가는 것을 여러분은 느낄 것입니다. 여러분이 간절하게 바라던 공간도 증축공사가 완공되면 마련될 것 같습니다. 혹 외대에 차별받지 않을까 하는 의구심과 오해는 이제 버려주길 바랍니다. 외대의 모든 시설물은 여러분에게도 사용권한이 충분히 있습니다. 총장님을 위시해 학장님과 모든 교직원들은 늘 여러분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중요한 사실은 모교 발전과 여러분의 후배들을 위해 여러분 모두가 학교와 늘 함께 해야 한다는 겁니다.

끝으로 초창기에 1기로 들어와 많은 어려움을 감내해 준 04학번 학우들에게 이 자리를 빌어서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고...05학번 학우들도 학교가 완벽하지 않은 상황에서 입학해 학교를 믿고 잘 따라와 주어 고맙습니다. 앞으로도 후배들을 위해 좋은 길라잡이가 되 주었으면 합니다.

기자 둘이 면담을 위해 착석했을 때 교수님의 책상 위에는 4 장의 준비된 자료가 있었다.
교수님은 하시고 싶은 말씀이 있으셨다. 일본 생활에 익숙하셨다면 단 한 줄, 혹은 두 줄의 시로 작가의 뜻을 다 표현하는 기교를 가지고 계셨을 텐데 이렇게 장시간, 이렇게 많은 말씀을 토로하시는 걸 보면, 교수님께서 가지고 계시는 후학들에 대한 애정의 깊이는 끝이 없는 것 같았다. 지구가 생성되고 변화가 거의 없이 지금껏 살아남은 것 중 하나가 은행나무라는데, 면담을 마치고 교정을 걸어 나오는 기자 둘의 발밑에 밟히는 노오란 단풍잎이, 오늘은 가을이라는 서정성보다는 장구한 세월동안 인류를 이끌어온 동인은, 인간이기에 인간이 더 나은 인간을 위해 가르침을 줄 수 있다는, 그렇기에 가능한 인간의 성스러운 영속성이었다.
 

양송이 기자 / sonamu1021@cufs.ac.kr
박복진 편집장 / korimex@kore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