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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얻는 지혜. 경청
2007년 06월 01일 (금) 서은희 객원기자 silvereh@hanmail.net

좁은 골목길에서 접촉사고가 났다. 두 운전자는 경찰의 등장과 동시에 서로 나서서 이야기한다.
“제 이야기 좀 들어보십시오.”

신제품 발매를 앞둔 어느 벤처기업의 회의시간이다. 촉망받는 한 사원이 자리에서 일어서서 자신의 의견을 당당하게 말한다. “제 생각은 이렇습니다!”

어느 초등학교에서 학부모 면담날이다. 아이의 부모는 말한다. “선생님! 저는 아무것도 바라는 거 없어요. 그저 자기 의견을 제대로 말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먼저 들어주고 그 다음 행동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말을 잘하는 법을 배우는 학원이 성행하고 있을 정도로 사람들은 누구나 말을 잘하기를 바란다. 설사 그것이 아닌 것, 틀린 것이라 할지라도 큰 목소리로,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면 성공하는 것이라 믿기 때문이다. 과연 이러한 의식이 언제부터 생긴 것일까..

변화하는 사회에서 사람들은 자신도 모르게 ‘듣는 것’보다는 ‘말하는 것’이 중요한 부분이라 여긴다. 그러나 모두들 중요한 한 가지를 간과하고 있다.

말을 잘하려면.. 잘 들을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을...

다른 사람의 마음을 얻으려면 먼저 잘 듣는 태도가 필요하다고 이야기하는 책이 있다.
마음을 얻는 지혜.. 경청.

이야기를 들어 달라고 하면
당신은 충고를 시작하지.
나는 그런 부탁을 한 적이 없어.

이야기를 들어 달라고 하면
그런 식으로 생각하면 안 된다고 당신은 말하지.
당신은 내 마음을 짓뭉개지.

이야기를 들어 달라고 하면
나 대신 문제를 해결해주려고 하지.
내가 원하는 것은 그런 것이 아니야.

들어주세요!
내가 원하는 것은 이것 뿐.
아무 말 하지 않아도 돼.
아무 것도 해주지 않아도 좋아.
그저 내 얘기만 들어 주면 돼.

이 책 속에 나오는 시이다. 대단히 공감이 가면서 경청의 의미를 가장 잘 나타냈다는 생각이 든다. 전에는 몰랐는데 내가 이야기를 할 때 다른 사람이 그런 행동을 보였고, 또한 나도 모르게 다른 사람이 이야기할 때 그랬던 것 같다.

여기 이 책 속에도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지 않는 한 사람이 등장한다. 이청. 그는 어느 악기제조회사의 과장이다. 그는 이 책에서 이청이란 이름이 아닌 이토벤이라는 별명으로 불린다. 이토벤? 베토벤의 음악을 유달리 좋아해서? 아니면 베토벤과 외양이 비슷해서? 아니다. 이과장은 귀머거리 베토벤처럼 남의 이야기를 잘 듣지 않아서 이토벤이라는 별명이 생겼다. 남의 이야기를 잘 듣지 않는 그가 어느 날 불치병을 선고받은 후에 자신의 인생을 돌아보며 이야기는 시작된다.

남의 말을 잘 듣지 않는 그에게 지친 아내와는 오래전부터 별거중이고, 어린 아들은 자폐증 증세를 보인다. 이러한 이토벤에게 남은 생은 3개월. 그는 그 시간동안 무엇을 할지 고민한다. 살아날 가망이 없는 그에게 병원은 감옥이다. 그래서 이토벤은 얼마 남지 않은 그의 생을 바쳐 아들을 위해 바이올린을 직접 만들어 주기로 마음먹는다.

바이올린 제조법을 배우기 위한 그의 노력은 독순술로 시작된다. 잘 들리지 않으니 입술로 읽고 말을 알아들어야 하지 않겠는가.

그는 바이올린 제조법을 배우며 예전에는 느끼지 못했던 느낌이 생기기 시작한다. 잘 들리지는 않지만 마음의 귀가 트인 것이다. 귀가 잘 들리지 않음으로써 이토벤은 "경청"의 능력을 얻게 된 것이다.
우여곡절 끝에 아들의 바이올린은 완성되고 그는 아들의 연주를 들으며 생을 마감한다.

생의 끝자락에서 경청의 능력을 얻은 이토벤의 이야기는 읽으면 읽을수록 사람을 빠져들게 하는 힘이 있다. 듣는 것은 단지 귀로만 해야 한다고 생각했던 필자에게도 ‘마음으로 듣는 법’이란 것은 신선한 충격이었다. 60은 되어야 남의 말을 들을 수 있다고 한 공자의 말처럼 많은 이들에게 경청은 힘든 부분이다. 그러나 이 책은 그러한 힘든 부분인 경청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경청을 위한 몇 가지 메시지, 그와 함께 경청을 위한 행동가이드를 제시하고 있다. 바로 이러한 책이야 말로 현대인들에게 꼭 필요한 필독서가 아닌가싶다.

아래는 책에서 제시한 경청 실천 행동가이드이다. 누구나 한번쯤 생각해보면 좋을 것 같아 발췌했다.


경청을 실천하기 위한 다섯 가지 행동가이드


1. 공감을 준비하자.

- 대화를 시작할 때는 먼저 나의 마음속에 있는 판단과 선입견, 충고하고 싶은 생각들을 모두 다 비워내자. 그냥 들어주자. 사운드박스가 텅 비어 있듯, 텅 빈 마음을 준비하여 상대방과 나 사이에 아름다운 공명이 생기도록 준비하자.

2. 상대를 인정하자.

- 상대방의 말과 행동에 잘 집중하여 상대방이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를 인정하자. 상대를 완전한 인격체로 인정해야 진정한 마음의 소리가 들린다. 자녀든 부하 직원이든 상사든 한 인격체로 상대방을 인정하고 대화를 시작하자.

3. 말하기를 절제하자.

- 말을 배우는 데는 2년 걸리지만, 침묵을 배우는 데는 60년이 걸린다고 한다. 누구나 듣기보다 말하기를 좋아하는 이유는 상대를 이해하기 전에 내가 먼저 이해받고 싶은 욕구가 앞서기 때문이다. 이해 받으려면 내가 먼저 상대에게 귀 기울여야 한다. 먼저 이해하고 다음에 이해 받으라. 말하기를 절제하고, 먼저 상대에게 귀 기울여 주자.

4. 겸손하게 이해하자.

- 겸손하면 들을 수 있고, 교만하면 들을 수 없다. 상대가 내 생각과 다른 말을 해도 들어줄 줄 아는 자세가 가장 중요하다. 경청의 대가는 상대의 감정에 겸손하게 듣는 사람이다. 사람들이 원하는 것은 자기 말을 진정으로 들어주고 자기를 존중해주며 이해해주는 것이다. 항상 겸손한 자세로 상대를 이해하자.

5. 온몸으로 응답하자.

- 경청은 귀로 하는 것이 아니다. 눈으로도 하고, 입으로도 하고, 손으로도 하는 것이다. 상대의 말에 귀 기울이고 있음을 계속 표현하라. 몸짓과 눈빛으로 반응을 보이라. 상대에게 진정으로 귀 기울이고 있다는 신호를 온몸으로 보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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