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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의 보람
2007년 07월 01일 (일) 변호사 이임성 minerva@cufs.ac.kr

먼저 온갖 풍상을 겪어가며 생업과 학업을 함께 끌어가고 있는 사이버외국어대학교 교우 여러분들에게 찬탄의 인사를 올립니다.

저는 50고개를 넘어 60고개를 바라보는 평범한 변호사로서 감히 귀 학보에 글을 싣겠다는 엄두를 낼만한 사람이 되지 못합니다. 저는 전관예우를 받는 높은 변호사도 아니고, 신문에 나는 대형사건을 변론하는 능력 있다고 평가받는 변호사도 아니고, 다른 사회 발전에 이바지한 바가 있거나, 사회 발전을 위하여 맹렬히 활동하는 변호사도 아닙니다. 그래서 박복진 편집장이 글을 요청하였을 때, 매몰차게 거절하였습니다. 그런데 안식구가 당신이 무슨 대수라고 그것을 거절하느냐? 는 것입니다. 그러고 보니 거절하는 것이 잘난체하는 것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 다시 번복하여 승낙하고 말았습니다. 이러고 보면 저는 확실히 공처가입니다.

이렇게 승낙을 하였으나 마땅히 쓸 만한 소재를 고르지 못하고 망설이다가 차라리 평범한 변호사가 평범한 사건에서 겪은 이야기를 몇 가지 소개하면 조금이라도 변호사를 이해하고, 세상의 편견에 약간의 다른 소리를 전달할 수도 있을 것 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예화 1.

서울 고등법원의 국선변호를 할 때의 경험입니다.
어느 행색이 꾀죄죄한 할머니가 찾아와 돈이 없어 변호사를 선임할 수 없으니 국선을 맡게 된 당신이 열심히 해달라고 봉투를 내밀었습니다. 그 할머니는 자신의 아들이 중형을 선고받아 고등법원에 항소하였는데 담당재판부를 찾아가 담당한 국선변호인이 저인 줄 알고 저를 찾아 왔던 것입니다. 저는 그 때 왈칵 눈물이 나기도 하고 화가 나기도 하였습니다. 어머니의 자식 사랑에 눈물이 났고, 저런 어머니가 당연히 일해야 할 국선 변호인에게 돈을 내밀어야 한다는 것을 어디서 배웠을까 생각하니 사회에서 그렇게 가르쳤다는 생각에 화가 난 것입니다. 사회가 변호사는 돈만 알고, 법원은 전관예우나 해주는 것으로 결론을 내리고 있으니, 그 할머니인들 거기서 자유로울 수 있겠습니까?

저는 할머니에게 말했습니다. 저는 국가가 자격을 주어 남보다 나은 생활을 하게 하고 있으니 국가는 국가를 위하여 조금은 봉사하라고 명령할 수 있으며, 저는 그 명령에 따라 할머니의 아들을 국선변호하게 된 것이니 할머니가 걱정할 필요가 없고, 할머니가 돈을 준다고 더 열심히 하지도 않고 안 준다고 농땡이 피우지도 않는다고 말씀드리며 거절을 하였더니 안 믿는 눈치입니다. 그래서 제가 할머니보다 형편이 못해 보이면 그 돈을 받을 수도 있으나, 보아하니 제 형편이 나아 보이니 저에게 돈을 줄 필요가 없다고까지 말을 하였더니 저 변호사한테 제대로 변론받기는 글렀다는 체념의 빛이 보입니다. 사실 국선 사건의 경우 대개 정상을 하소연 하는 외에 크게 다투는 것이 없는 사건이 대부분입니다. 하여간 그렇게 그 할머니를 돌려보냈습니다.

기록을 검토하면서 보니 법률에 대한 이해를 다른 방법으로 하면 검사의 공소제기가 잘못된 것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 항소이유서에서 이를 지적하고 변론에 임하였습니다. 이 사건을 맡은 재판장님은 미리 기록을 검토하고 나와 검사에게 공소장 변경을 검토해볼 것을 요구하였습니다. 재판장이 보기에도 법률구성이 매끄럽지 못했던 것입니다. 그 후 공소장이 변경되었습니다. 그러면 자연히 원심을 깨고 다시 판결하게 됩니다.

변호사들은 선고기일에는 출석하지 않는 것이 관례입니다. 그런데 그 재판부에 계속 국선 사건이 있어 법정에 나가 있다가 그 피고인의 판결을 선고하는 광경을 우연히 보게 되었습니다. 중형이 선고될 공소사실이 가벼운 형이 선고될 공소사실로 바뀌었기에 재판부는 대폭 형을 감해 주었습니다. 그랬더니 난데없이 뒤쪽에서 할머니 한분이 앞으로 나와 재판부를 향하여 넙죽 큰절을 올렸습니다. 그 할머니였습니다.

아마 그 할머니는 믿지 못할 변호사였으나 재판부에서 잘 살펴주었다고 감사의 마음을 달리 표현할 길이 없어 그랬을 것입니다. 그 할머니는 아마 평생 사법부를 신뢰하고 살 것입니다. 비록 그 할머니가 판결 선고 후 저를 찾아온 적은 없지만 그 할머니에게 사법부의 신뢰를 가지도록 하는데 저도 조금은 기여한 것 같아 오랫동안 여운을 가지고 있는 경험이었습니다. 너무 사법부나 변호사를 불신하지 말았으면 합니다.


예화 2.

아파트처럼 한 동의 건물을 여럿이 나누어 소유하고, 각 자신만이 사용하는 부분이 정해져 있는 경우, 이를 구분 소유한다고 말합니다. 이런 구분소유의 경우에 등기를 하는 사항이 조금 복잡합니다. 건물의 바탕이 되는 대지전체와 그 중에 건물 구분소유자의 대지에 대한 지분(대지권)을 등기하여야 합니다. 이 때 대지지분이 미처 확정이 안 되면 아파트 분양 후에 대지권을 등기하는 경우가 발생합니다. 그런데 분양받은 사람이 대지권 등기를 하기 전에 아파트를 팔아버리면 누가 대지권 등기를 어떻게 할 것인지 약간의 문제가 발생합니다.

여기서 자세히 설명할 수는 없으나 저는 종전의 해결방법이 합리적이지 못해 새로운 합리적인 방법이라고 생각되는 방법으로 소송을 청구하였습니다. 당사자도 그 문제로 고심하여 종전의 방법이 합리적이지 못하므로 새로운 방법으로 대법원까지 가 보기로 하였습니다.

역시 하급심은 종전의 예에 따르지 않았다고 우리의 청구를 배척하였으나 굴하지 않고 상고하였습니다. 대법원에서도 오랜 세월이 가는데도 판결이 나오지 않다가 드디어 판결이 나왔는데 우리의 주장을 받아 주었습니다. 새로운 판례를 만들어 준 것입니다. 저는 아파트를 짓는 한 그 문제는 계속 발생하는데, 새로운 판례가 그 문제의 해법으로 많은 도움을 줄 것으로 확신하고 있습니다.

그 판결은 퇴임을 앞둔 대법관이 퇴임 며칠 전에 선고한 것입니다. 그 대법관을 한 번도 뵌 적은 없지만 퇴임 직전까지 연구하여 국민의 불편을 덜 판결을 하여 준 점에 깊이 감사하고 있습니다.

다만 당사자로서는 너무 오래 기다려야 하고 대법원까지 소송하는데 비용과 시간이 너무 들어 시도하기가 어렵습니다. 하급심의 적극적인 자세가 필요한 경우로 보입니다.


예화 3.

어느 아들이 60세를 넘긴 아버지가 다른 사람의 목을 졸라 죽였다고 판결 받고 항소한 후 서초동을 돌아다니며 변호사들에게 아버지를 도와 달라고 하소연하여도 아무도 맡아주지 않는다면서 어이된 연유인지 제 사무실로 찾아왔습니다. 저는 무죄를 하나 받으려면 많은 시간과 노력을 쏟아야 하며 그래도 결과가 반드시 당사자 주장대로 되는 것도 아니니 재판이 끝나면 변호사에게 항의하는 경우도 많은데 적은 돈으로 할 수는 없다고 설명해도 듣지를 않았습니다. 그 불신에 가슴이 아팠습니다. 그래서 말을 들어보니 피해자가족도 아버지가 범인이 아니라고 확신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정말로 피해자 가족이 그렇게 생각한다면 진범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 당신이 준비한 돈으로 내가 맡아서 해주겠다고 하였습니다. 그러나 당신은 재판 결과가 어떻게 되든 무조건 승복하고 어떤 시비도 벌이지 않는다는 각서를 쓰라고 하였습니다. 그는 울면서 그 각서를 썼습니다.

변론을 하면서 피해자의 가족을 증인으로 신청하여 물어 보았더니 피고인이 범인이라는 것이 믿기지 않아 경찰서로 찾아가 피고인을 나체로 검사해 보았더니 상처가 하나도 없었다는 것입니다. 범행 직후인데 피해자가 죽는 마당이므로 강력하게 대응하였을 것인데 피고인 몸에 작은 상처 하나 없다는 것을 믿을 수 있겠느냐며 경찰이 졸속 수사하여 범인이 아닌 사람을 범인으로 잘못 지목하였다는 것입니다. 그 후 재판부는 기록을 검토하고 직권으로 부검의를 증인으로 채택하여 여러 가지를 물어 본 다음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하였습니다.

저는 그 때만 해도 경험이 일천하여 부검의를 증인으로 채택하여 물어본다는 발상도 못했는데 노련한 재판부가 재판을 제대로 진행한 것입니다. 지금도 그 재판부에 감사의 마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 아들은 저에게 수없이 인사하고 나중에 다시 한 번 찾아오겠다고 하였는데 그 뒤로는 오지 않았습니다. 그렇더라도 그가 가지고 있었을 사법과 변호사에 대한 불신은 사그라졌을 것으로 믿습니다.


평범한 변호사가 평범한 사건을 통하여 현재의 사법과정에 대한 말씀을 드렸습니다. 이 글이 법조 불신을 더는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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