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 3만弗되려면 젊은이 4개국어는 해야

홍콩ㆍ싱가포르가 중국어만 고집했다면 지금의 富 없었을것
`교수평가` 개혁 성공적…연봉 최고 3천만원 차이
박철 한국외국어대 총장 － 윤윤수 휠라코리아 회장

◆대학총장과 동문 CEO의 만남 ④◆  
 
외국어대 교정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박철 총장(오른쪽)과 윤윤수 회장. 

 
교육ㆍ의료ㆍ법률 등 서비스산업은 위기에 빠진 한국 경제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신성장동력이다. 서비스산업의 글로벌화를 가로막는 가장 높은 장벽은 무엇일까. 다름아닌 `외국어`다.

박철 한국외국어대 총장은 "홍콩이나 싱가포르가 영어가 아닌 중국어, 말레이시아어만 고집했다면 가치가 없는 나라가 됐을 것"이라며 "부존자원이 없는 우리나라가 1인당 국민소득 3만달러 이상이 되기 위해서는 젊은이들이 4~5개 언어를 구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윤수 휠라코리아 회장은 "우리나라처럼 자원이 없고, 인적자원에 의존해 국민소득 4만달러를 넘은 네덜란드 스위스 벨기에 젊은이들은 보통 4개 국어를 능숙하게 구사한다"며 "영어가 제2의 공용어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외국어로 글로벌화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 글로벌 시대 외국어는 곧 생존이다`고 강조하는 박 총장과 윤 회장의 대담을 요약했다.

―대학과 기업의 글로벌화가 화두다. 글로벌화를 위해서는 외국어 능력이 최우선 과제다.

▶박철 총장＝얼마 전 아르메니아대학 총장이 방문했다. 그 대학 학생들은 5개 국어를 구사한다고 하더라. 이유를 물으니 "생존하기 위해서(To survive)"라고 답하더라. 아르메니아 국민의 절반은 외국에 산다.

우리나라는 언어의 쇄국정책을 펴고 있다. 홍콩이 중국어를 쓰고, 싱가포르가 말레이시아어를 고집했다면 아시아 허브가 됐겠는가. 3만달러 국가가 되려면 4~5개 언어를 구사해야 한다.

▶윤윤수 회장＝해외 비즈니스를 많이 하면서 외국어의 중요성을 깨달았다. 네덜란드 벨기에 스위스는 우리나라와 유사하다. 나라가 작고 자원도 없다. 하지만 이들 나라는 국민소득이 4만달러를 넘는다. 이들 나라 국민이 4개 국어를 자유롭게 구사한 덕분이다.

우리나라도 국민소득이 3만달러를 넘으려면 영어가 공용어 수준이 돼야 한다. 4만달러를 넘으려면 일본어나 중국어를 유창하게 구사해야 한다.

▶박 총장＝외국어만 잘해선 안 된다. 두 개의 전공을 의무적으로 해야 한다. 2개의 외국어와 2개의 전공을 배워야 한다. 미국 아이비리그대학에 가보니, 이와 비슷한 컨셉트로 교육한다.

―최근 정부는 영어교육강화 등 다양한 방안을 내놓고 있다. 성공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언어에 관해서는 외국어대의 역할과 책임이 막중하다.

▶박 총장＝당초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영어교육을 시키겠다고 공약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3학년 수업 확대로 후퇴한 안이 나와 안타깝다. 한글을 제대로 깨우치기 전에 영어를 가르치면 안 된다는 주장도 있지만 나는 반대다. 어릴 때부터도 2~3개 언어를 배우는 데 문제가 없다.

스페인의 경우 바르셀로나 지역은 스페인어와 함께 카탈란(카탈루냐주 언어)을 배운다. 전혀 문제가 없다. 어려서부터 익히면 일찍부터 글로벌 마인드를 배울 수 있다. 영어를 모르면 세계의 시민이 되지 못한다. 넓게 보고 영어는 필수이고 제2, 제3의 외국어를 배워야 미래가 있다.

▶윤 회장＝대학 다닐 때 다른 건 몰라도 영어 하나만큼은 제대로 했다. 오늘날 나를 있게 한 원동력이 바로 영어라고 말할 수 있다. 중국ㆍ일본ㆍ미국 등 외국에 나가 다양한 협상(Negotiation)을 하고, 그것으로 살길을 찾아야 한다.

영어교육을 강화한다는 데 국민적 저항을 받는 까닭을 모르겠다. 아마 영어교육과 관련 `몰입`이라는 단어로 인해 부정적인 뉘앙스를 줬던 것 같다. 국민을 설득할 때는 단어 하나에도 유의할 필요가 있다. 또 우리나라 사람들은 외국어를 할 때 부끄러워하는 경향이 심하다. 자신감을 갖는 게 중요하다.

▶박 총장＝우리 대학은 45개 외국어를 가르친다. 타 국가에서도 흔치 않다. 올해 몽골ㆍ우크라이나ㆍ터키ㆍ아제르바이잔 등 4개 학과를 신설했다. 중국어와 일본어는 학과에서 단과대로 확대했다. 영어교육자를 키울 테솔대학원도 열었다. 올해는 패러다임을 바꾸는 해다. 외국인 교수 비율이 30%를 넘고, 강의의 30% 이상을 외국어로 하며, 캠퍼스에 외국학생이 30%를 넘는 30―30―30이 달성되는 해다.

―캠퍼스에서 외국어를 배우는 것뿐 아니라 대학생활 중 실제로 외국을 다니며 경험을 쌓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를 위한 방안은 무엇인가.

▶박 총장＝외교부와 KOTRA의 인턴십을 진행 중이다. 작년 말에 외교부 인턴십을 통해 33개국에 34명을 보냈다. 올해 1학기에는 KOTRA 인턴십을 통해 45명을 외국에 내보낸다. 방학 중에 1~2개월 인턴하는 걸로는 충분하지 않다. 우리 인턴십은 6개월 동안 진행한다. 다시 입학한다면 카사블랑카와 같은 외국에서 멋지게 인턴을 해보며 유엔 같은 국제기구에 근무하고 싶다.

8학기 중에 7학기는 캠퍼스에서 보내고, 나머지 한 학기는 외국대학에서 보내는 `7+1제도`를 도입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입학생 상위 10% 학생은 전원을 외국에 파견보내고 있다. 파견 학생 수는 500명 이상이다.

▶윤 회장＝대학에서 받는 교육을 실제 기업에서 필요한 수준으로 올리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이 `인턴제도`다. 한 학기 정도 실습을 통해 테스트하는 기간을 가지면 사회에 나가서 바로 적응할 수 있다. 대학만 다니다 바로 취업하면 1~2년은 낭비하는 시간이 될 것이다.

▶박 총장＝작년 말 송도캠퍼스를 설립하기로 계약했다. 국제비즈니스 한국문화교육원 등으로 특화해 나갈 계획이다. 외국대학과 협력해 나가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우리는 속칭 SKY(서울대ㆍ연ㆍ고대)와 경쟁할 이유가 없다. 세계 대학과 경쟁할 것이다. 휴대폰은 삼성이 최고이듯이, 외국어는 우리가 최고 대학이 될 것이다. 대학의 평가도 외국어 이공계 예술 등 분야별로 나눠 세계에 내놓을 브랜드를 키우도록 해야 한다.

―기업과 대학 모두 어려운 시기다.

▶윤 회장＝이번 위기는 외환위기와는 다르다. 그때는 도와달라는 상대가 있었지만 지금은 모든 나라가 어렵다. 어려운 시기에는 비효율을 제거하고 창의적인 특별한 기술을 구축하는 데 노력해야 한다. 이전에는 1년에 한두 번 현금흐름을 짰는데, 요즘에는 매주 현금흐름 계획을 짠다.

▶박 총장＝리더십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국가 지도자가 위기를 기회로 가져가는 역할이 필요하다. 리더가 안정감을 주지 못하면 더 불안하다. 어려울 때일수록 기본을 지키는 리더십이 필요하다.

―기업이든 대학이든 구조조정과 개혁은 항상 필요하다. 특히 경기가 어려운 요즘은 더욱 절실하다. 리더는 어떻게 해나가야 하나.

▶윤 회장＝작년 말에 미국에서 30명을 해고했다. 미국 노동시장은 유연해 별다른 어려움은 없었다. 구조조정에는 두 가지 원칙을 지켜야 한다. 하나는 투명성, 또 하나는 공정성이다. 회사가 왜 종업원을 잘라야 하고, 왜 내가 대상이 돼야 하는지 당위성이 분명하게 전달돼야 한다. 또 하나는 고통분담이다.

▶박 총장＝대학 개혁이 어렵다는 건 알고 있다. 하지만 변화와 개혁은 거스를 수 없는 대세다. 교수를 AㆍBㆍC 3등급으로 평가해 인센티브를 차별화했다. 같은 교수지만 성과에 따라 연봉이 최고 3000만원까지 차이가 난다. SCI급 논문에는 1000만원을 지급하려는 계획도 있다. 제도와 시스템으로 개혁을 추진한 덕분에 성과는 아주 좋아졌다. 인문사회 분야에서 우리 대학 논문 업적이 2위다.

―학생들도 어려움이 크다. 등록금이 동결됐지만 학생들에게 지원을 늘려야 하는 과제도 안고 있는데.

▶박 총장＝동문과 기업의 자발적인 참여가 중요하다. 등록금 한 번 더 내기 운동 등을 하고 있다. 하지만 모두가 힘든 상황에서 기댈 수만은 없다. 영어평가사업, 영어마을, 통번역대학원 등을 통해 연 250억원 정도 매출을 내고 있다. 우리 대학의 강점인 외국어 관련 사업을 좀 더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이를 통해 연매출 400억원까지 늘린다면 등록금 동결분을 충분히 메울 수 있다.

[황형규 기자 / 사진 = 이충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