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연극 호야(好夜)에서 중전 역을 연기하고 있는 언론홍보학부 김진아 씨, 한국어학부 윤동주 씨, 영어학부 카페 정모에 참석한 영어학부 염효정 씨.

<사이버대학 졸업생, 그들은 지금 어디에>

- 사이버한국외국어대학교 졸업생 ‘또 다른 인생을 맛보다’

- 취업문 당당히 뚫고, 꿈을 키워가는 이들의 ‘사이버한국외대 예찬론’

8월 29일 4년간의 도전을 마무리한 사이버한국외국어대학교 졸업생들. 그들은 지금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 그들의 맛깔 나는 인생 속으로 들어가 봤다.

‣ 취업문 당당히 뚫다= 일본어학부 허효진 씨(27세)는 지난해 1월 일본 최대 항공사인 일본항공(JAL)에 합격, 현재 일본 하네다공항 국제선에서 근무 중이다. 허 씨는 4년 전 항공사 입사를 목표로 항공전문학교를 다니면서, 일본어를 더 깊게 공부하고 싶어 사이버한국외대 일본어학부 수업을 함께 들었다. 그가 치열한 경쟁률을 뚫고 외국계 항공사에 입사할 수 있었던 비결은 ‘비즈니스 일본어 수업’. 허 씨는 “사이버외대 수업을 통해 배웠던 비즈니스 용어가 항공사 면접을 보고 또 일본에서 일하면서 도움이 많이 됐다”고 말했다. 그는 공항에서 일본어가 서툰 한국인들을 도와 드릴 때 가장 뿌듯하다고 전했다. “취업 후에도 강의를 들으며 한국에 대한 그리움을 달래고 일본어 공부도 꾸준히 했어요. 졸업하면 그리워서 어쩌죠?” 허 씨는 8월 29일 학위수여식 때 공로상를 수여받았다.

‣ 이색 직업 총 집합, 더 큰 꿈을 꾸다= 연령불문, 직업불문의 ‘사이버대학’ 특성답게 졸업생들의 직업도 각양각색이다. 그러나 이들은 자신들의 직업에서 더 큰 꿈을 위해 사이버한국외대에 입학하여, 자신의 분야에서 커리어를 쌓고 있다는 공통분모를 지니고 있다. 연극배우로 활동하고 있는 김진아 씨(24세)는 ‘영화처럼 대중과 함께하는 연극’을 만들고 알리고 싶어 언론홍보학부에 입학했다. ‘안주하는 것만큼 무서운 것은 없다’가 그의 좌우명. 그래서 연기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연극 홍보라는 새로운 꿈을 키워가고 있다. 공연이 다가오면 연극 연습이 끝나는 시간은 밤 11시다. 연극 대본 외우랴, 공연 분석하랴 정신이 없지만, 연극 홍보만을 생각하며 새벽까지 사이버 강의를 들었다. 김 씨는 “사이버한국외대를 다니면서 꿈에 한걸음 더 다가갈 수 있었다”며 “적극적으로 연극 홍보 일에 도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 학업에는 나이가 없다= 사이버한국외대 졸업생은 연령분포도 다양했다. 10대부터 60대까지의 연령층으로 구성돼 있어 20~30세 나이 차이는 기본. 최연소 졸업생인 영어학부 김예진 씨(17세)와 최고령자인 일본어학부 이명자 씨(65세)가 함께 졸업해 화제가 됐다. 꽂꽂이와 선물포장 강의를 하고 있는 이명자 씨는 40년 전 정규 대학과정을 마쳤다. 그러나 그는 일본어로 된 꽂꽂이 관련 책을 보기 위해 일본어학부에 입학했다. 이 씨는 “일본어가 어려워서 밤새서 공부하곤 했지만, 젊은 사람들과 모든 것을 공유할 수 있고 한 글자씩 알아가는 재미가 대단했다”고 말했다. 이 씨는 사이버 강의를 듣기 위해 온 가족을 동원했다. 컴퓨터 사용법은 아들과 남편이, 일본어 조언자는 일본주재원으로 있었던 여동생 2명이 자청했다. 이 씨는 “교수님들이 한 글자라도 더 알려주려고 애쓰는 모습에 너무 감사했다”며 “배운 것을 토대로 계속 꽂꽂이 전문가에 도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김예진 씨는 4년 전 13세의 나이로 대입검정고시에 합격, 영어학부에 입학했다. 김 씨는 “사이버한국외대의 오프라인 스터디, 튜터․멘토 제도, 상춘제 등의 프로그램 덕분에 일반 대학생활과 별다른 차이를 못 느꼈다”며 “오히려 경험이 많으신 분들을 만나 인생 상담을 받는 등 많은 것을 배웠다”고 말했다. 김 씨는 효과적인 시간 활용을 통해 스페인어 모임이나 취미 생활에 시간을 투자했다. 졸업 후에는 해외 유학을 가서 언론홍보학을 공부하고 싶다는 김 씨. 그의 도전은 끝이 없다.

‣ 인맥과 사랑을 동시에 잡다= 사이버한국외대 졸업식을 이틀 앞둔 27일 영어학부 염효정 씨(36세)는 산후조리원에 있었다. 영어학부 오프라인 모임을 통해 남편과 사랑의 결실을 맺었고, 얼마 전 아이도 태어났기 때문. 염 씨는 사이버한국외대에서 사랑과 동시에 인맥도 잡았다. 염 씨는 영어학부 카페(http://cafe.daum.net/cufsenglish)를 운영하며 선후배, 동기들 간의 다리 역할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영어학부 만의 다락방을 만들자’는 취지였다. “학교에 대한 정보가 부족해 자퇴하거나 휴학하는 동기들을 많이 봤어요. 학생의 입장에 서서 소속감을 고취시키고, 우리끼리 숙덕대며 정보도 주고받고 싶었어요.” 염 씨는 덕분에 사방팔방에서 도움을 청하는 학우, 교수님들이 많다며 행복한 고민을 늘어놨다. 사이버한국외대에 선배들이 챙겨주는 전통을 만들어낸 염효정 씨. 그는 “대학 생활 4년 동안 영어공부도 원 없이 했지만, 일반 대학이나 회사에서 만날 수 없는 다양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어 행복했다”고 말했다.

‣ 영어, 한국어 교사의 꿈을 이루다= 한국어교원자격증, TESOL 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는 사이버한국외대의 영어학부와 한국어학부 입학생은 매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자격증을 취득한 졸업생들은 무슨 일을 하고 있을까? 한국어학부 윤동주 씨(31세)는 국어 선생님 근무 준비를 하고 있다. 오늘 9월 새터민을 가르치는 대안 국제학교가 문을 열면, 윤 씨는 새터민들의 한국 생활 적응을 위해 국어를 가르칠 계획이다. 윤 씨는 “자격증을 취득해 국어를 가르칠 수 있다는 생각만으로도 행복해서 사이버 강의를 듣는 것이 늘 즐거웠다”고 말했다. 3학년 편입생으로 입학한 윤 씨는 29일 3학기 만에 조기졸업을 했다.

‣ 대한민국 또 하나의 힘을 보여주다, 세계 속 사외대인= 영어학부(한국어학부 복수전공) 송용섭 씨는 이집트 장애아동보호시설인 천사원에서 사랑을 전하고 있다. 2년 전 국제 NGO 단체인 한국국제기아대책본부의 기아봉사단원으로 이집트에 온 송 씨는 지체장애를 겪고 있는 아이들에게 혼자 걷고, 혼자 식사하는 법은 물론 미술․음악 등 특수 교육도 하고 있다. 내년엔 이집트 헬루완의 쓰레기마을에 제2의 천사원을 열 준비를 하고 있다. 또 이집트 사람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쳐주기 위해 사이버한국외국어대학교에서 한국어와 영어를 복수 전공했다. 그는 "오만에서는 1시간 강의를 듣기 위해 인터넷 사정이 조금 좋은 아랍에미리트까지 가서 강의를 들었다"며 "강의를 듣는 순간만큼은 그리운 고국 땅에 있는 것 같아 잠시나마 향수를 달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학교를 졸업하면 이집트의 아인샴스대학 한국어학부에서 석사과정을 공부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