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의 풍속화가 신윤복(申潤福)[1758(영조 34)～?].

그는 색채 감각이 돋보이는 산수화 작품을 남기기도 하였지만, 한량과 기녀를 중심으로 남녀 간의 낭만이나 애정을 다룬 풍속화로 더욱 이름이 알려졌다. 섬세하면서도 부드러운 필선과 아름다운 채색을 즐겨 사용했기 때문에 그의 풍속화들은 매우 세련된 감각과 분위기를 지니고 있지만, 그의 유명성과 대조적으로 그의 생애는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

그에 대한 기록은 '신윤복. 자 입부(笠父). 호 혜원(蕙園), 고령인(高靈人). 부친은 첨사(僉使) 신한평(申漢枰). 화원(畵員). 벼슬은 첨사다. 풍속화를 잘 그렸다.' 라는 오세창(吳世昌․1864~1953)의 근역서화징(1928)에 나오는 두 줄이 유일하며, 속화를 즐겨 그려 도화서에서 쫓겨났다고하는 후문만이 전해질 뿐이다.

또한, 그는 같은 시대의 화가였던 김홍도(金興濤)와 여러 가지 면에서 대조된다. 둘의 화풍은 극과 극이라 할 만큼 달랐고 김홍도가 서민들을 주로 그렸지만, 신윤복은 양반들을 주로 그렸다. 김홍도가 주로 남자들을 그린 반면, 신윤복은 여자들을 그렸다. 김홍도의 필치가 단순하고 힘 있는 먹선 위주지만 신윤복은 세련되고 섬세한 필치로 화려한 채색화를 그렸다. 또한, 궁중화원으로 활동하며 세 임금의 총애를 받으며 당대에 이름을 떨친 김홍도의 기록에 비해 신윤복의 생애에 대한 기록은 이상할 정도로 적다. 그들은 분명히 도화서 화원생활을 함께했던 동시대인이며, 또한 똑같은 주제를 두고 그린 그림이 여러 장 발견되고 있다고 하는데 어째서 이렇게 신윤복에 대한 기록만 전혀 없는 것일까?

소설 바람의 화원은 이러한 사실에 근거해 그가 천재적 재능을 가지고도 도화서에서 쫓겨났다는 점과 역사 속에서 완벽하게 사라진 것에 대해 의문을 두고, 미인도의 탄생비밀을 은밀하게 그려낸다. 오직 여인들만 화폭에 담았으며 섬세하고 화려한 필치와 그림으로 명성을 날렸던 화가 신윤복은 과연 남자였는가 여자였는가. 소설은 그를 '여자'로 재탄생 시켜 김홍도와 신윤복의 사랑이야기를 그려낸다. 이 작품은 작년 한 해 동안 많은 독자에게 좋은 반응은 얻었으며 이를 원작으로 이번 11월 13일에 영화 '미인도'가 개봉된다.

그림에 대한 천부적인 재능을 가졌으나 자신의 의지대로 살 수 없었던 신윤복과 최고의 화원이었으나 제자인 신윤복과의 만남으로 흔들리는 김홍도, 신윤복의 사랑을 받는 강무와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을 껴안고 사는 기생 설화. 주변의 역사 속 인물도 강한 캐릭터 성을 부여한 영화는 '신윤복, 그가 피어나다' 라는 카피에 '센세이션 조선 멜로' 라는 부제를 달아 성적인 코드를 강조한다.

프랑스의 유명출판사 필립 피키에(Philippe Picquier)는 신윤복을 조선최고의 에로티스트 화가이며 예술성을 지닌 에로티시즘을 선보였다고 평가했다고 한다. 이 영화가 우리나라 최고의 화가였던 신윤복의 삶을 어떻게 에로틱하게 풀어낼 지가 주목된다.